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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하나銀, 특별퇴직 요건 불이행… 퇴직 은행원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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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심 뒤집고 "별정직 재채용 의무 있다" 1인당 수천만원 배상 판결.. 은행측 총 수십억 부담해야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요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KEB하나은행이 퇴직 은행원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별퇴직자 재채용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에 참여한 퇴직 은행원들만 80여명에 달해 하나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퇴직 은행원 재채용 의무 있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부(박영재 부장판사)는 하나은행 퇴직 은행원 4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등 소송에서 "하나은행은 퇴직 은행원들에게 각각 4300만~54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준 1심 선고를 뒤집은 판결이다.

합병 전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한 퇴직 은행원들은 2016년 5월 임금피크제도 적용 나이(만 56세)가 되면서 '특별퇴직'을 결심했다. 2009년 노사합의로 작성된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도와 특별퇴직 중 특별퇴직을 선택할 경우 별정직원(계약직)으로 채용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그 누구도 별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하나은행 측은 "특별퇴직자에게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지 재채용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들에게 인력현황·업무수요 등을 고려해 채용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안내했음에도 퇴직 은행원들이 자발적으로 특별퇴직을 신청했기 때문에 고용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노사가 합의한 내용 중 재채용 부분은 재채용 신청의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에게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이에 하나은행 측은 "재채용 의무가 인정된다고 해도 근로 제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손해배상을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퇴직 은행원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하나은행이 재채용 의무를 불이행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해 12월 퇴직 은행원 79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하나은행에게 "퇴직 은행원들에게 4000만~4400만원을 지급하라"며 고용 의사표시를 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합병 이후 특별퇴직 재채용 '극소수'
별정직원 재채용을 거부당한 이들은 "특별퇴직자 재채용이 2015년 9월의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 이후 별정직원 채용이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두 은행의 합병 이후 하나은행 경영진이 재채용을 강력하게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9년 1월 임금피크제 개선내용이 시행된 이후 외환은행은 13번의 특별퇴직에서 징계 은행원이나 재채용 비희망자를 제외한 모든 특별퇴직자를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의 노사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두 은행의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부터 퇴직자 중 별정직원 재채용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소송을 제기한 2015년 11월 퇴직자들 중 재채용된 인원은 '0'이었고, 이후의 재채용 비중 역시 20% 수준에 그쳤다. 별정직원 재채용을 기대하며 임금피크제가 아닌 특별퇴직을 선택한 5명 중 4명은 재취업에 실패한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합병 전부터 외환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특별 퇴직자 재채용에 박했다"며 "특별 퇴직자들 중 일부 극소수가 채용되긴 했지만, 은행 내 고위 관계자와 학연으로 엮여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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