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경수 스케줄 맞춰 킹크랩 개발 서두르라 지시”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51) 경남 지사의 스케줄에 맞춰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가 공범들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 일정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열렸다는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댓글조작을 승인했다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김 지사 변호인단은 "드루킹 일당이 내놓은 진술이 수사기관마다 번복됐다"며 이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16일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에 ‘둘리’ 우모(32)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특검팀 수사 결과 수도권 4년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우씨는 킹크랩을 직접 개발한 장본인으로 밝혀진 인물이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선 특검팀이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새누리당 댓글 기계에 관해 얘기했나”고 묻자 우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곧이어 특검팀이 “킹크랩을 시연한 이유가 휴대폰을 이용해 댓글 순위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냐”고 질문하자 우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원래 예정보다 킹크랩 개발을 서두른 이유가 시연회 일정에 맞춘 것이냐’는 특검팀 질문에도 우씨는 “맞다. 원래 킹크랩 1차 버전의 개발 예정 기간은 2017년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우씨 진술에 따르면 김 지사는 2016년 9월 드루킹 김씨가 이끄는 정치사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아지트 격인 경기도 파주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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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킹크랩 개발 진행 허락 묻자 고개 끄덕"

킹크랩 시연회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우씨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강의실의) 책상이 ‘ㄷ’자 모양이었는데 김 지사는 ‘ㄷ’ 가운데 가장 앞쪽 가운데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한 허락을 물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시연회 당시 네이버 뉴스 공감 수를 조작했던 기사와 관련, 우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진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20살 정도 차이임에도 반말을 한다’는 측근 진술을 다룬 JTBC 보도였다”고도 확인했다.

김 지사 변호인단은 “우씨가 김 지사와 함께 있던 시간은 단 몇분에 불과했다”며 “상식적으로 시연 후 관련 설명도 없이 바로 ‘개발해도 되느냐’고 묻고, 바로 ‘승낙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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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측 "드루킹 일당, 진술 모의했다"

변호인단은 드루킹 일당이 내놓은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김 지사 측 오영중 변호사는 우씨가 작성한 노트를 제시하며 “노트를 보면 킹크랩 개발 2016년 9월, 1차 완성 2017년 1월 이런식으로 쓰여있다”며 “드루킹 측 오모 변호사에게서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적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드루킹 김씨가 사용했다가 압수된 노트 필기본도 제시하며 “우씨가 적은 것과 (내용이) 같다.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우씨가 오모 변호사를 매개로 드루킹 김씨가 원하는 방향대로 각종 진술, 법정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공모 활동을 보고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며 “추후 재판에서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 여부를 놓고 김 지사는 “여러 번 밝혔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다”며 재판정으로 향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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