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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n사설]바이오산업에 재뿌린 오락가락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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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문제 없다더니 뒤집어 투자자에 설명할 의무 있어


바이오 의약품 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저질렀다는 '고의적 분식회계' 파문이 금융당국의 신뢰 문제로 번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대규모 순이익을 낸 것은 고의적 분식"이라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과 삼바 간 다툼에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의 행보는 오락가락 그 자체다. 발단은 2016년 12월 21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진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금감원에 삼바 회계 처리가 적절한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한달여 뒤인 2017년 1월 26일 금감원은 참여연대에 8장짜리 긴 답변서를 보냈다. 답변서는 "회계기준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발끈한 참여연대는 2017년 2월 16일 금감원에 특별감리 요청서를 발송했다.

그 뒤 금감원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2017년 3월 30일 금감원은 삼바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4개월 만인 올 5월에 금감원은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최종 결정권을 쥔 증선위는 지난 7월 신중한 논의 끝에 삼바에 대한 재감리를 금감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1차 때와 같은 재감리 결과 보고서를 증선위에 보냈다. 이를 기초로 증선위는 삼바가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이 오락가락하던 시기는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때와 겹친다. 2016년 가을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그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어 5월엔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치소를 들락거렸다. 금감원이 줏대 없이 흔들렸다고 믿고 싶진 않다. 다만 금감원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를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시가총액 22조원이 졸지에 거래가 묶였다. 선량한 투자자들은 금융당국과 거래소를 믿고 삼바 주식을 산 죄밖에 없다.

바이오는 차세대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혁신산업 중 대표주자로 꼽힌다. 삼바는 셀트리온과 함께 그 선두에 섰다. 삼성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바이오는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 금융당국은 이 원대한 도전에 재를 뿌렸다. 정부는 입만 열면 혁신성장을 밀어주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앞으로 혁신 기업인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게 생겼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삼바 소동은 차라리 자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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