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장애 여성·성매매 피해자 등 소외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 기념 토론회 개최
"미투 운동에도 사각지대 있다" 토론회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피해 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주여성민우회는 8일 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을 맞아 광주시의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광주·전남 지역 미투 운동을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유빈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말하기'는 아직 설 자리가 없다"고 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미투에 동참하는 것은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는 것, 가해자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자책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를 지키지 못한 어머니에게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는 것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더욱 드러낼 수 없는 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친족 성폭력은 그 어떤 유형의 성폭력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투 국면에서도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며 "미투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은미 광주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장애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장애 여성들은 구조적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비장애 여성과 달리 장애 여성들은 교육 기회가 20%에 불과하는 등 스스로 자기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들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단체들은 남성 중심적인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6년 전국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피해자의 장애 유형 중 76.4%가 지적장애인 점을 지적하며 "지적장애인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무작정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그만큼 피해자 길들이기가 쉽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진술로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 성폭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고 별도의 구조시스템 마련이 만들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궁미 광주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 사무국장은 성매매를 권력 관계에 의한 착취·폭력적 구조로 진단하고 미투 운동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사무국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겪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폭력이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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