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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헤비업로더 신고해도 못잡는다던 경찰…‘웹 카르텔 수사’ 안했나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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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올해 7월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글. 해당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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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압박에 뒤늦게 전담팀 꾸려 2000명 검거

-“그동안 왜 안잡았나” 비판 쇄도

- 경찰 “인력ㆍ기술 한계 있었지만 제대로 수사할 것”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27) 씨는 2016년 8월 위디스크에 올라온 불법촬영물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위디스크에는 한눈에 봐도 누군가가 여성을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거래되고 있었다. 이 씨는 하루에 수십 건씩 ‘일반인 몸캠’이라며 불법촬영물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발견해 그의 아이디(ID)와 동영상을 USB에 담아 경찰서를 방문했다.

경찰은 “USB는 서류철에 첨부하면 볼록해져서 잘 접히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는 영상을 직접 CD에 구워서 오라고 했다. 이 씨는 결국 불법촬영물을 돈을 주고 다운받아 공CD에 담아 다시 경찰서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번거로웠지만 불법촬영물을 웹하드에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결국 해당 사건은 7개월 뒤 피의자를 찾지 못해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사전영장과 통신영장을 발부 받아 업로더의 이메일과 IP를 추적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IP를 추적해 지방의 피시방을 방문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최근 경찰이 웹하드 불법촬영물을 단속하겠다면서 수백 명씩 잡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오래 전부터 불법촬영물은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고 불법촬영 피해자는 계속 있어왔지만 경찰은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잡지 않았다. 불법촬영물 천국을 만든 데에 있어서 수사기관도 공범”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갑질 논란으로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수사기관이 웹하드 불법촬영물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웹하드업체에서 불법촬영물 판매 행위는 예전부터 수없이 존재했지만 수사기관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2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비롯한 웹하드 업체를 고발했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측은 “고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은 ‘바빠서 진행을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 대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반포기 상태에서 안되겠다 싶어서 방송국에 제보를 해 웹하드 카르텔에 공론화시켰더니 그제서야 전담팀을 만들어 수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올해 8월 웹하드 카르텔의 실태에 대한 방송이 나가고 경찰 수사를 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20만명이 돌파하자 비로소 ‘사이버성폭력’ 전단팀을 만들었다. 2개월 뒤 경찰청은 사이버성폭력 특별단속을 추진한 결과 사이버성폭력 사범 수천 명을 검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2개월간의 특별 단속을 통해 불법촬영자ㆍ음란물 유포자 등 2062명을 검거하고 이중 88명을 구속했다”면서 “ 20개 웹하드 업체를 압수수색해 6개 업체 대표를 검거하고 헤비업로더 136명을 검거(9명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두 달간 수 천명을 검거할 수 있었다면 그 전에는 불법촬영물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사성 관계자는 “이제라도 수사에 들어가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면서도 결국 경찰은 여론의 관심과 압박을 받아야만 수사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인력이 부족하고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웹하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대의 수사관 1인당 맡은 사건이 70~80개가 된다. 이 중에서는 몸캠 피싱 등 당장 긴급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 사건도 있다”면서 “웹하드 헤비업로더는 가짜 이메일을 만들고 추적이 어려운 모바일 IP를 사용하는 등 수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웹하드 불법촬영물에 대한 수사는 그전에도 계속 해왔었고 올해에는 특별수사단도 만들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8월에 지방청별로 사이버성폭력팀을 만들어 총 97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과거에는 인원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반성적 차원에서 조직도 정비했으니 단속도 강화하고 매뉴얼도 잘 만들어 제대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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