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쇠약감·근육통·관절통 증상
폐 기능 확 떨어져 치료 어려워
치료 적기 놓쳐 합병증 땐 치명적
폐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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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는 신체의 대표적인 호흡기관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의 세균·바이러스가 침범해 감염이 잘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인은 외부의
균을 방어할 능력이 저하돼 폐렴에 취약하다. 폐렴은 전신의 심각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패혈증으로 가는 관문이다. 고령자의 상당수는 ‘폐렴’을 시작으로 ‘패혈증’을 거쳐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기부전’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른다. 폐렴을 잘 다스리는 것이 노인 건강의 첫걸음이다.
폐렴은 폐 조직에 세균·바이러스가 침입해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발생한 폐렴을 ‘노인성 폐렴’이라고 부른다. 통계청 자료(2017)에 따르면 폐렴은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에 이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4위다. 폐렴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은 70대(4위), 80세 이상(3위) 등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폐렴 사망률은 2007년 10만 명당 9.4명에서 2017년 37.8명으로 무려 네 배 이상 높아졌다. 폐렴이 고령사회에서 건강 장수를 막는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이유다.
폐렴 사망률 10년 새 4배 이상 증가
폐렴에 걸리면 초기에는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서 고열과 기침, 가래, 가슴 통증,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노인 환자에게 이런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에 전신 쇠약, 식욕부진, 근육통, 관절통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거나 기저질환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는 “노인에게서는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폐렴이 심해도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 소견으로 나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증상이 없다 보니 환자는 폐렴이 악화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 오더라도 초기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지연되기 쉽다. 노인 폐렴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 증상을 앓는 기간은 평균 6.1일이고, 응급실에서 항생제를 투여할 때까지 4시간 이상 걸린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일반 폐렴 환자는 대부분 1~2주 내에 회복하지만 노인 환자는 치료해도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다.
노인 폐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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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은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항생제를 신속히 투여할수록 사망률이 낮아진다. 폐렴의 원인균은 다양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검사를 통해 원인균을 확인한 다음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중증도나 기저질환 여부 등에 따라 검사를 선택적으로 실시하고 진료 지침에 맞춰 항생제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정지예 교수는 “균 검사를 해도 30~40%만 원인균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경증의 경우 항생제 치료만으로 완화 효과가 커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렴구균·독감 백신 둘 다 맞아야
폐렴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폐렴구균 백신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모두 맞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균 중 하나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백신,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 두 가지다. 전문가들은 13가 백신을 맞은 후 1년 뒤 23가 백신을 맞으라고 권한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23가 백신을 무상으로 놔준다. 박지영 교수는 “백신은 폐렴을 예방하는 효과뿐 아니라 폐렴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게 지나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폐렴·패혈증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폐렴구균 백신과 함께 독감 백신을 맞으면 예방 효과가 크고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줄어든다. 백신 접종 못지않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노인은 면역력을 유지하도록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를 하고 하루 6~8시간 수면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과로·과음·흡연을 피해 몸의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올바른 폐렴 예방·관리법
노인에게는 흡인성 폐렴이 흔하다. 침이나 음식물 같은 이물질이 기도로 흡입되면서 폐에 염증을 유발한다.뇌혈관 질환 및 치매 환자에게 흔한 삼킴 장애가 있을 때 발생 위험이 더 높다. 흡인성 폐렴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먹을 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사레가 들지 않도록 하고, 식사 후 바로 눕지 않는다.
입속 수분감 유지
구강 위생이 불량한 상태에서 침·음식물·치태 등 구강 내 이물질이 기도와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은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어 이물질에 대한 즉각적인 방어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항상 입속에 수분감을 유지하며 혀와 입천장을 포함한 구강 전반을 청결히 관리한다.
약 먹어도 안 나으면 의심
날씨가 추웠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시기에는 기관지염·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자가 늘어난다. 감기나 기관지염에 걸린 사람은 2차적으로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커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고열·기침·가래가 있어 약을 사서 먹었는데도 증상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손 씻기 철저히
감염 질환 중에는 접촉성 감염이 많기 때문에 평상시에 손을 잘 씻는 게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 사이를 꼼꼼하게 마찰해 씻는다. 평소에 휴지나 손수건을 챙겨 기침할 때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맨손일 때는 손보다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을 하도록 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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