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열린 ‘스쿨미투’ 집회/김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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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자!”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을 맞은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300여명의 사람들(주최 측 추산)은 “우리는 여기서 학교를 바꾼다. 폭력은 교권이 아니다. 혐오는 교육이 아니다”고 외쳤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청페모), 초등성평등연구회, 행동하는예비교사모임 등 총 35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집회는 ‘친구야 울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집회를 처음 제안한 청페모 운영위원 양지혜씨(21)는 “스쿨미투를 단순히 피해 사실 고발 행위가 아닌, 학교를 바꾸는 동력이 되게 하기 위해 집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사전부스 운영, 스쿨미투 고발자 발언, 행진 및 자유발언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참여자들은 주최측에서 나눠 준 ‘#NO SCHOOL FOR GIRL’이라고 적힌 뱃지를 달거나 ‘이제는 성평등을 배우고 싶다’, ‘우리가 배운 것은 여성혐오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몸에 부착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사전부스에서는 스쿨미투 사례를 제보받았다. 해당 제보들은 미리 준비된 칠판에 적혔는데 ‘너희들 이렇게 살면 나중에 다 몸 판다’,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는 남학생들을 흥분시킨다’ 등의 내용이었다. 주최 측은 해당 칠판을 들고 나와 페인트로 지운 뒤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스쿨미투’ 사례가 적힌 칠판을 붉은색 페인트로 지우는 퍼포먼스/김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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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고발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제는 여학생이 말한다’는 주제로 청주여상, 정발고, 광남중, 북일고 등에서 스쿨미투를 고발한 학생들의 발언이었다. 직접 단상 위에 오른 고발자도 있었고, 편지를 보내 대신 읽게 한 고발자도 있었다.
청주여상의 학내 성폭력 사례를 고발한 한 학생은 “선생님이 ‘여자는 몸무게가 60kg을 넘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내게 학창시절의 추억은 마냥 소중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광남중의 한 학생은 “언론에 스쿨미투 관련 보도가 나간 뒤 2차 가해와 협박에 시달렸다”며 “우리는 성희롱·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날까지 더욱 까다롭고 예민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발언자들은 공통적으로 스쿨미투 이후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측은 “우리들은 학교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닌 학교를 바꾸기 위해 모였다”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학내 성폭력 문제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요구하기 위한 항의 행진도 이어졌다. 서울시 교육청을 향해 행진을 시작한 이들은 “우리는 꽃이 아닌 불꽃이다”, “성차별은 교육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노래 ‘스승의 은혜’를 개사해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네”라는 가사로 합창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청을 향한 행진을 시작한 집회 참여자들/김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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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인 이들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하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 학생인권법 제정하라”를 외쳤다. 이날 집회의 마지막 순서는 참여자들의 자유발언이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학생 ㄱ양은 “재작년에 수학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선생님에게 ‘내가 너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교사다’는 식으로 협박을 당했다”며 “이런 불공평한 권력관계, 학교 내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자유발언에 나선 김모양은 “수능이 끝나면 여학생에게는 화장과 성형을 권하고 남학생에게는 ‘대학 가서 예쁜 여자친구 만나라’는 식으로 말한다”며 “남학생들에게 우리는 대학 가서 얻는 트로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에서 학교 마크를 가리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은 당당하지 못해서가 아닌 세상에 맞서는 갑옷”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최모양은 “선생님들이 ‘요즘은 세상이 무서워서 어깨만 두드려도 미투다’고 웃었다”며 “더 이상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지 말라. 가부장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를 바꿀 때까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할 것’, ‘학생들에게 2차 가해 중단할 것’,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것’, ‘학생들을 성별이분법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하지 말 것’,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 것’ 등이 포함된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집회는 ‘교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 방안 마련하라’, ‘#WITH_YOU’라고 적힌 현수막을 서울시 교육청 주변 도로에 걸며 마무리됐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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