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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베트남 1억명 삶을 바꾸다] "베트남 애처가는 반드시 롯데百 쇼핑백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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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베트남 진출 20주년 <2> 롯데백화점·롯데마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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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베트남 여성의 날에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호찌민 다이아몬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으로 고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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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지난달 20일, 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 플라자 내 백화점 1층 설화수 매장.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넘어서자 베트남 남성들이 화장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이날은 베트남 여성의 날. "이 날 남편이 빈 손으로 집에 들어가 뼈도 못추린다"는 게 이곳의 통설이다. 덕분에 여성의 날 하루 매출은 평소 매출 대비 5배 늘었다. 설화수 매장 직원 마이(38)씨는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얻은 이후 모델 송혜교씨 덕분에 윤조에센스가 베트남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화장품이 됐다"며 "호찌민 시내에서도 설화수 매장이 있는 데가 롯데백화점 한 곳 뿐이라 고객들이 더 몰렸다"고 전했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 주요 고객…'롯데百 쇼핑백'은 부의 상징

롯데백화점은 2015년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둥지를 틀었다. 롯데센터 하노이점에 이어 호찌민에 2호점을 낸 것. 원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위탁운영하다 포스코건설로부터 아예 지분을 인수했다. 현지에선 아직 다이아몬드백화점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백화점 명동점이나 잠실점 정도에 해당한다. 이곳을 모르면 호찌민에선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다. 주요 고객은 30~40대 전문직 고소득층 여성들이다. 서울 종로에 해당하는 호찌민 1군 지역의 최신식 아파트에 살고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수준의 사람들이다. 다이아몬드백화점 쇼핑백은 호찌민 여성들에게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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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1군 지역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플라자의 전경. 2015년부터 롯데백화점이 플라자 내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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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호 롯데백화점 호찌민 법인장(상무)은 "베트남에서 백화점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있어 업태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호찌민은 경제 도시로 고소득층이 밀집해있고 근로자 1인당 연간 평균 소득이 베트남 평균 대비 2.5배에 달하는 5000달러가 넘는 수준이라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1년 내내 30도를 넘나드는 기온 때문에 이곳의 주력 제품군은 우리나라와 달리 화장품이다. 백화점 1층엔 설화수와 후, 오휘를 비롯해 샤넬, 랑콤 등 명품 브랜드 등이 자리 잡았다. 이 브랜드들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패션이 주력 상품인 우리나라 백화점과의 차이점이다. 패션의 자리는 가방, 액세서리가 대신 메운다.

전체 실적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 동안 해다마 평균 5% 정도 성장해왔다. 최근엔 롯데백화점 베트남 3호점 자리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하롱베이 배후도시이자 산업도시인 하이퐁과 메콩강 곡창지대에 있는 껀터, 휴양도시 다낭이 후보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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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PB 매대 앞 바글바글…영업이익 올해 300억 달해

호찌민은 모양부터 서울과 비슷하다. 한강처럼 호찌민 중앙을 사이공강이 관통하는 것도 닮았다. 종로구에 해당하는 1군 지역에 '롯데백화점'이 있다면, 강 건너 강남구에 해당하는 7군에는 베트남 1호인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이 있다. 현재는 남사이공점을 중심으로 중산층들이 사는 최신식 주상복합단지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러나 10년 전 출점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갯벌과 늪지가 전부였을 만큼 낙후돼있었다. 롯데마트는 상업용 시설 개발을 앞둔 지역이라 성장성만 보고 맨 땅에 헤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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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인 호찌민 남사이공점의 외관. 주변엔 주상복합단지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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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베트남 국가 전체로 따졌을 때 대형마트 중 단일점포로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에 있는 롯데마트는 현재 13개. 올해 총 예상 매출액은 5446억원(관리회계기준)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사실 작년을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수십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해는 3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비결은 베트남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엘초이스 상품에 있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남사이공점 2층 PB전문 매대 앞은 마트 내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붐볐다. 이곳엔 분말세제, 휴지, 물티슈 PB상품이 집중 배치돼있었다.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20~30% 싼 반면 품질이 우수해 인기가 좋다.

장을 보러 온 응우옌 티링(36)씨는 카트에 롯데마트PB 제품인 북극곰 에코티슈를 담았다. 그는 "티슈통에 북극곰 모양의 구멍을 뚫어 사용량을 알 수 있도록 한 제품"이라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데다 '종이 사용량을 줄여서 북극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까지 던져줘 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패용기, 과자, 각종 주방용품 등 자체 PB제품 총 1500여개에 달한다.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상무)은 "베트남에서 파는 PB상품은 한국에서 견본으로 물건을 가져와 베트남 현지 업체를 발굴해 직접 만든 것"이라며 "지난해 포장 디자인부터 품질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1등 상품보다 잘 팔리는 게 40여개 품목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신속배달' 문화, 베트남 유통업계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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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인 호찌민 남사이공점에서 고객들이 롯데마트 PB인 'L초이스' 상품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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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내년부터 3305㎡(1000평) 규모의 중형마켓과 330㎡(100평)의 소형마켓시장을 연다. 2020년까지 중ㆍ소형 마켓을 포함해 베트남 매장을 총 87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호찌민 시내 4군데에서 소형마켓 파이널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 사업 확장 배경이 됐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가까운 지역 중ㆍ소형마켓에서 제품을 포장해 고객이 바로 찾도록 하거나 배달할 수 있게끔 하는 식이다. 내년부터는 오토바이로도 제품을 배달한다. 현지 교통수단 애플리케이션인 '그랩'을 이용해 콜 택시처럼 콜 오토바이를 불러 이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신속 배달' 마트 문화를 베트남에도 심겠다는 전략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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