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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반대 주민 설득하라"…'보호센터·공원 함께 설치' 대안 모색 [반려동물, 요람에서 무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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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혐오 대신 공존 추구 동물보호센터 / 주민들, 동물보호 필요성 공감 불구 반대 / 작년 유기 동물 10여만마리… 갈수록 늘어 / 시·군 직영 시설 태부족… 민간시설서 관리 / 지자체, 보호센터 확대 ‘님비현상’에 막혀 / 전문가 “무조건 악취·소음 발생은 편견 / 센터 설계 때 환기장치 등 강화하면 해결 / 생명존중 가치·동물과 공존 자세 공유를”

세계일보

# 1. “수변보호구역에 동물보호센터가 말이 되느냐.” “주민들의 동의 없는 동물보호센터에 반대한다.” 지난달 16일 전남 순천시 순천시청 앞에서 승주읍 주민 50여명은 동물보호센터 건립 반대를 외쳤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주민들은 이날 순천시의회의 ‘2018 공유재산 취득 계획 변경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모였다. 변경안에는 승주읍의 옛 전경부대 자리에 동물보호센터를 짓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주민들 반대로 변경안은 지난 7월 한 차례 안건 상정이 보류됐다가 지난 9월 가까스로 통과됐다.

# 2. “동물보호센터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지만 ‘내 지역’은 안 된다는 반대 정서가 너무 큽니다. “경기 안산시는 국비 6억원을 확보해 동물보호센터 설치를 추진했지만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처음 계획했던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인근 숲 속 부지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부지 확보 안건이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종만 안산시 동물방역팀장은 “컨테이너 건물로 만든 임시 동물보호센터 시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동물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동의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10만2593마리. 지난해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주인을 잃어버린 반려동물 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조한 동물들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우선 옮겨진다. 늘어나는 반려동물만큼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해 재입양을 보내는 동물보호센터 설치사업이 악취와 소음 등에 따른 민원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개선된 반려동물 문화를 알리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동물보호센터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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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유기동물·관련 예산… 주민 반대에 사업 추진은 ‘빨간불’

1일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동물보호센터는 293곳으로 2016년 281곳에서 12곳 늘었다. 동물보호법 15조에 따라 설립되는 동물보호센터는 유기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관리하는 시설이다.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최소 1개 이상의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군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지난해 기준으로 33곳, 11.7%에 불과해 대부분 유기동물이 민간 동물보호시설에서 관리되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민간 동물보호센터 대신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확대하기 위해 내년에 6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016년 15억원, 지난해 24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에서 체계적인 유기동물 구조·보호와 재입양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인식 개선, 행동교정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돼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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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높은 관심과 의지와 달리 예산 실집행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서울시·대전시·경기 수원시·전남 순천시의 동물보호센터 건설 사업에 배정된 국비(10억8000만원)와 지방비(21억2000만원) 중 실집행액은 5억3700만원으로 16.8%에 불과했다. 대전과 수원시, 순천시는 지역의 입지와 주민 반대로 부지 확보와 설계가 지연되면서 예산이 제때 집행되지 못했다. 성남시는 2015년 건립 예정 지역의 주민 민원 때문에 다른 부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했지만 이후에도 지속해서 반대 민원이 발생해 사업을 포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신청을 받아 심사할 때 동물보호센터 위치가 마을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는지,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를 가장 꼼꼼하게 살펴본다”며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대가 발생해 설계 전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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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수의사들이 구조한 유기견을 치료하고 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제공


◆동물보호센터=혐오시설? 주민 반대에 외곽으로 쫓겨나는 동물보호센터

동물보호센터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낙인찍히자 지자체들은 부지 자체를 사람이 드문 도심 외곽에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을 촉진하고 반려동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시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주거지 또는 도심 근교에 위치해야 한다고 동물보호단체는 주장한다.

왕복 10차로의 수인산업도로 옆에 동물보호센터 설치를 계획하던 경기 안산시는 대체 부지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안산 도심과 멀지 않으면서도 산업도로와 숲으로 둘러쌓여 주택지와 인접하지 않은 해당 부지가 동물보호센터의 최적지로 판단해 사업을 추진했다. 민원은 170m가량 떨어진 도로 건너편 동네에서 발생했다. 동물보호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시의원에게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시의회에서는 “주민 이해와 설득이 우선”이라며 관련 계획을 여러 차례 반려했다. 김 팀장은 “도시민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인데 지역 주민 반대 때문에 외곽으로 부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려동물 공원에 동물보호센터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상위법이 개정된다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금고동위생매립장 인근에 동물보호센터와 반려동물 놀이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초기 동물보호센터 설립을 추진했지만 금고동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반려동물 놀이터를 포함한 녹지공원 확대를 함께 포함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다. 대전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포함한 녹지공원과 동물보호센터를 함께 들어선다면 쓰레기 매립지 인근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동물복지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안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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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강아지와 함께하는 가을 소풍’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반려견을 쓰다듬고 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제공


◆입양문화 활성화하는 동물보호센터… 10마리 중 6마리 새 주인 만나

“새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 동물들을 보면 가장 기쁘죠.” 노창식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센터장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개원 1주년(10월 28일)을 맞이한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의 가장 큰 성과로 활발한 유기·유실동물 입양을 꼽았다. 지난 1년 동안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반입된 유기·유실동물 131마리 중 85마리(64.9%)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발생한 전국 유기·유실동물(10만2593마리) 중 새로운 주인을 찾은 비율(30.2%)에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직영으로 운영 중인 마산유기동물보호소(70.1%), 진주유기동물보호소(62.4%), 영천유기동물보호센터(64.7%), 충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55.1%) 등이 높은 입양률을 보였다. 노 센터장은 “구조한 유기·유실동물을 제때 치료해 건강하게 보호한 덕분에 입양이 잘된다”며 “센터 접근성이 좋아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사 때 시민들이 많이 찾는데, 이때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병성 서울시수의사회 반려동물행동학연구회 회장은 “동물보호센터가 무조건 악취와 소음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지면 소음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악취는 센터를 설계하면서 환기 장치와 배설물 처리 시설을 강화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유기·유실동물이 줄어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시민들이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생명 존중의 가치와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자세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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