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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강제징용 판결에 "韓 전략적 방치, 흔들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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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일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한·일 양국의 입장차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한·일 양국에서는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되 국제사법재판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세를 퍼붓겠다는 입장이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략적 방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총리 “의연히 대처”...고노 외상 “양국관계 근본 흔들어”

30일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은 예상된 반응을 쏟아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앞선 일본 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일본 정부는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河野 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수훈 주일 대사를 불러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한·일 기본 조약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끼쳐 한·일 우호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日 언론 “한·일 관계 분기점”...경제계 “정부와 같이”

경제계도 일본 정부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게이단렌(경제인연합)과 일본상공회의소, 일본 경영자단체연맹은 “이번 판결은 한·일 관계를 손상시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 宏明) 게이단렌 회장은 “이번 판결이 양국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을 제외한 일본 언론은 대법원 판결이 한·일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NHK는 “올해가 미래 지향적 관계에 합의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문제 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NHK와 마이니치신문 등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해결된 청구권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며 당시 이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큰 짐을 얻었다며 우리 정부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략적인 방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략적인 방치’는 아베 총리가 말한 ‘의연한 대응’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일본은 한국의 입장, 판결,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직접적인 맞대응을 피하면서 외교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 문제다.

그러면서 중재위원회의 설치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제 사회의 동의와 여론을 얻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산케이신문을 통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피로’가 만연하다”며 “경제 규모도 크지 않은 한국과 필요 이상으로 사귈 이유는 없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무시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 “양국의 지혜 필요”

반면 한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의 침착한 대응은 대북 제재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한·미·일 3국 공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와 과거사 정리라는 두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사안이 겹쳐 대응 방안 등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자칫 극단으로 치우칠 수 있는 한·일 관계를 의식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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