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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채용비리·고용한파…우울증 걸린 취준생들, 당신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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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안정제 등 약 달고 사는 취준생들

N포세대에 이어 아예 모든 것 포기하는 ‘A(All)포세대’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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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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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20대 후반 취업준비생 A 씨는 매일 아침 혈압조절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는 면접에 앞서도 이 약들을 먹는다. 먹는 순간 긴장감이 없어지고 일종의 ‘강심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A 씨는 이제 약이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취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일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사이에서 전문의약품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한 취준생의 경우 공황장애 치료제로 쓰이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약국에서 누구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 아닌 전문병원에서 실제로 처방을 받아 약을 받는 것으로 사실상 진짜 환자인 셈이다.

실제로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희연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조사한 결과 49명이 우울증 진단이 가능할 정도의 우울 증상을, 1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 구직자 10명 중 6명이 ‘취업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25명을 대상으로 취업 우울증을 조사한 결과 64.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68.4%)이 남성(5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취업 우울증이 나타난 시기는 ‘면접에서 탈락할 때(41.8%, 복수 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돈 때문에 제약을 받을 때(39.8%)’, ‘합격을 예상했다가 떨어졌을 때(39.8%)’,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때(37.9%)’, ‘남들과 비교를 당했을 때(28.4%)’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런 우울증은 채용비리와 맞물리면서 더 심화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일어난 금융권 채용 비리는 수 많은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했다. 당시 취준생 커뮤니티에는 ““‘빽’ 잘 만나 쉽게 합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흙수저 취준생’으로서 자괴감이 든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미 포화상태인 공무원 수험 시장과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용 비리까지 나타나면서 사실상 ‘패닉’ 상태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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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포럼이 지난 23일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사진=한국대학생포럼 페이스북


최근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도 많은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이를 성토하는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캠퍼스 5곳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한대포)이 각 대학 지부에 부착한 게시물이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은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를 자신들의 기득권 확보에 이용한 것”이라며 “독서실과 공시촌에서 청춘을 바쳐가며 공부해 노력한 국민은 그들에 의해 조롱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조만간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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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용박람회. 사진=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구직자들이 10개월 동안 구직활동하면서 회사 10개 이상에 지원하는데도, 과반이 실패하고 취업 준비를 점점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 295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준비 전반 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자는 평균 15개의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해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의 회사에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직자 63.4%는 불합격이었고, 목표 기업 없이 ‘일단 되는대로 다 지원하고 있다’(61%) 는 이들도 있었다.

또 구직자들의 90.8%가 최근의 취업 준비가 더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는 ‘취업난으로 경쟁자가 더 많아져서’(56.7%, 복수응답), ‘채용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서’(41.8%), ‘질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서’(33.2%), ‘경기가 좋지 않아서’(32.5%), ‘채용 전형이 더 복잡해져서’(22.8%) 등이 뒤를 이었다.

얼어붙은 고용시장도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올 8월 경기선행지수는 17개월째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기간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5만2천명으로 1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고 했다고 불리는 ‘3포세대’,‘N포세대’에서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는 ‘A(All)포세대’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취업난과 해결되지 않는 취업으로 인생의 목표·목적 없이 사실상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편 취준생들의 우울증을 조사한 서울대 보라매병원 연구팀은 “취업준비생의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며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및 사회적 지지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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