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보름만에 1천600건 팔자 DB손보·현대해상도 출시 준비
보험가입 77%가 미등록견…"주민번호 없이 실손보험 받는 꼴" 비판도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미등록견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과 보험사기에 가까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견해가 맞서는 것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출시된 메리츠화재[000060]의 '(무)펫퍼민트 Puppy & Dog 보험'은 보름 만에 1천600건이 팔렸다.
이 상품은 반려견 의료비를 평생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과 비슷하다. 보험료는 3년마다 갱신된다. 국내 최초의 장기 펫보험이다.
메리츠화재는 월 보험료 4만원 안팎에 미등록견의 가입도 받아주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입 반려견의 77%가 미등록이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은 시·군·구청에 등록해야 한다.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15자리의 동물등록번호를 받고, 식별장치를 목걸이 형태로 걸거나 마이크로칩으로 주사한다.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등록률은 2017년 기준 33.5%로 저조한 편이다. 메리츠화재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미등록견 가입을 받아준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등록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반려견 의료비 문제에서 보험의 역할을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동물병원 의료비는 슬개골(4기) 수술 150만∼200만원, 어금니 1개 크라운 치료 130만원,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80만원 등이다. 병원에 따라 2배까지 차이가 나고, 금액도 결코 적지 않다.
DB손해보험[005830]과 현대해상[001450] 등 대형 손보사들도 다음 달 반려견 보험을 출시한다. 반려동물 시장이 해마다 커지는 데다, 금융당국도 펫보험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어서다.
이들 손보사가 내놓을 상품도 메리츠화재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등록견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면서 미등록견 가입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실손보험이 그렇듯 동물병원의 과잉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DB손보 관계자는 "한 마리만 보험에 가입하고 여러 마리의 진료비를 청구해도 보험사가 구별하기 어렵다"며 "선의의 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등록견 가입 허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 반려동물에 과태료를 매기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고도 지적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미등록견 가입은 얼마든지 '바꿔치기'가 가능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주민번호 없는 사람의 실손보험 가입을 받아주는 꼴"에 빗댔다.
KB손해보험도 미등록견 가입은 손해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등록견만으로 이뤄진 지역별 사회적협동조합 중심으로 보험가입을 받을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때 영수증·진료기록부를 첨부한다"며 "도덕적 해이나 손해율은 등록 여부보다 상품 설계와 관리 시스템이 좌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선 메리츠화재와 DB·현대·KB손보의 입장차를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영업전략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려견 피검사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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