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협정, 식민지배 불법 불인정
개인 청구권에는 적용 안 된다”
“식민지배 합법 전제한 일본 판결
대한민국 헌법 핵심 가치와 충돌”
[강제징용 판결] 후폭풍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강제징용 피해자(사망·행방불명 포함)는 21만6992명이다. 이 가운데 생존자는 약 3500명이다. 피해자가 사망했더라도 유가족이 소송을 낼 수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15건이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과 별도로 2건의 징용 피해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중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이 사건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 속에 강제로 재판을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징용 소송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법·광주지법, 서울고법 등 1,2심에 계류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은 12건이다. 신일철주금을 대상으로 한 소송 2건,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한 중공업 소송 4건, 후지코시강재를 대상으로 한 소송 3건 등이다. 소송 원고는 950여 명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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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1965년 12월 발효된 청구권협정 중 ‘양국의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문구는 대법원 판결로 한국 내 공식 해석이 달라졌다. 이 사건에선 일본 법원의 판결을 국내에도 적용해야 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피해자들이 1990년대 일본에서 같은 소송을 냈지만 패소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본 내 판결 또한 식민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내려졌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내용의 헌법 전문을 근거로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이 판결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소멸시효를 두고도 피해자 측과 신일철주금의 견해 차가 있었다. 1940년대에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이 2000년대에 진행되는 게 맞느냐는 다툼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965년 이전까지는 한·일 간 국교가 단절됐고,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협정 관련 문서가 공개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2005년 2월까지는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객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으로 이어질 소송에서는 소멸시효(10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게 법원 안팎의 시각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땐 피해를 본 날 등 특정 시기부터 10년 안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이날 판결에선 이 사건 시효의 계산 시점을 문서가 공개된 2005년 2월로 봤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이 얼마나 제기될지 모르지만 소멸시효는 소송별로 해당 재판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판결에 따라 기존 정부 입장을 변경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65년 청구권 협정에 대한 판결문 내용 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최선욱·김민상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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