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능성 열어 놓고 강제집행 절차 선택할 것인지는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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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3년여 만에 승소하면서 피해자 측은 강제동원 등 일제의 반(反) 인도적 행위에 관한 배상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했다.이날 승소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징용 피해자뿐 아니라 미쓰비시 등 다른 기업 징용 피해자나 근로정신대 등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30일 오후 3시30분께 민변 사무실에서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세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청구권협정에 관한 쟁점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었고, 당시 경제협력이라는 용어로 표현된 만큼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관한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청구권협정에서 말하는 청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 대법원의 결론”이라면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는가는 오랫동안 논란이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이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소송을 진행한 임재성 변호사도 “법률과 조약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대한 최고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면서 “오늘의 대법원 확정판결에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구속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일철주금이 대법원이 판결한 손해 배상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법원이 일본에 있는 신일철주금의 재산에 대해 강제로 집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고 측은 신일철주금이 한국 국내에 재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신일철주금이 포스코 제철소에 3%가량 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주식에 대한 집행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강제집행 절차를 선택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신일철주금 주주총회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를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면서 "다만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민족문제연구소 조시헌 연구위원은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협정 밖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일 간에 합의가 없다는 것이 오늘 확인됐다”며 대법원의 판단에 환영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배상금 문제에 대해) 한일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협의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 중재를 통해 분쟁 해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다만 피해자들이 고령인데 국제 분쟁 해결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일 간에 과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 청구권협정 외에 추가 협정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을 1990년대 일본에서 열린 소송부터 돕고 있는 일본재판지원회의 소속 우에다 케이시 씨는 “이번 판결로 식민지배 피해자들이 권리 회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신일철주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서 배상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한일 관계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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