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제 강제징용 소송은 신일철주금 소송 외에도 2건이 더 있다. 둘 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다.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강제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있다. 양금덕 할머니(90) 등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1993년부터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으로부터 미쓰비시가 1인당 1억~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3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결론을 미뤄왔다. 이 사건 역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대상 중 하나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심리를 시작했다.
또 다른 사건은 1944년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징용돼 히로시마의 미쓰비시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등에서 고된 노역을 한 박창환씨(2001년 사망) 등 5명이 제기한 소송이다. 이들은 2000년 부산지법에 소송을 냈다. 당시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1·2심은 모두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012년 5월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림에 따라 부산고법은 2013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8월 상고했고, 이후 사건은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만큼 법리적 쟁점이 비슷한 자신들의 사건도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하급심에서도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2건을 비롯해 13건의 강제징용 소송이 심리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숫자를 감안하면 배상액은 최소 수백억원, 최대 수십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에 배상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일본 기업들이 이번 판결 이행을 거부하면 법원은 이들 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조치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제집행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신일철주금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등 해당 기업들은 이미 한국 자산을 대부분 철수시켜 압류할 만한 대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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