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제기 13년만에 확정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안돼"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승소확정 판결 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기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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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들에 의한 강제노역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포함되는 내용이 아닌 만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여모씨 등 강제징용피해자 5명이 일본 전범기업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은 무려 13년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임금이나 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전범기업들의 강제노역과 착취, 감금행위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범죄에 대한 위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일 청구권 협약은 양국간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는 것일 뿐 불법적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당시 한반도와 한국민들은 일본의 불법적이 폭암적인 지배를 받고 있었다는 점과 일본정부와 전범기업들이 노동조건이나 내용에 대해 거의 알려주지 않은 채 사실상 한국인들을 속여 끌갔으며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장시간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점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한 이유로 제시됐다.
특히,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혹독한 구타를 당하는 등 반인도적 강제노역이었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울러 한일청구권협정의 바탕이 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르면 한일간 재정적, 민사적 채무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조약체결을 추진했다는 역사적 배경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즉, 보상금이나 임금만 대상이 됐을 뿐 일본과 일본 전범기업의 불법적이고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당시 한일협정이 승전국과 일본 사이에서 체결된 배상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처음부터 협상대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승소 확정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 사건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84)씨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판결이 좀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 사건 원고는 당초 5명이었지만 현재는 2명만 남았다.
한편, 김소영 대법관과 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한일협정 대상에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만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라는 별개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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