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씨 대법정 입장
행진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원고가) 넷이었는데 나 혼자만 하게 돼서 서러워…. 눈물이 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씨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이 선고되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도착해 이렇게 말했다.
이씨를 포함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이 곧 선고된다.
피해자들이 2005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정에서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씨는 선고를 40여분 앞둔 오후 1시 18분께 휠체어를 탄 채로 대법원에 도착했다.
1924년생인 이씨는 검은 코트에 목도리와 모자까지 썼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대법원 선고 때문인지 얼굴이 얼어붙은 듯 굳어있었다.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하얗게 센 모습이 그가 살아온 세월을 짐작케 했다.
이씨는 일본에서 소송할 때부터 그를 도왔던 일본 활동가가 악수를 청하자 "아이고…"라며 짧게 한숨을 내쉰 뒤 "한평생 눈물이 나서 얘기를 못 하겠어. (원고가) 넷이었는데 나 혼자만 (선고 방청을) 하게 돼서 서럽구만, 서러워. 눈물이 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기도 했다.
기자회견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
이 사건 원고 4명 중 이씨를 제외한 여운택 씨와 김규수 씨, 신천수 씨 등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김씨와 신씨는 올해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다른 강제징용 사건 피해자들, 시민활동가 등은 숨진 세 원고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들고 '신일철주금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워 대법원으로 행진했다.
이씨 등 4명은 일제강점기에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은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패소했고, 이후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신일본제철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법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 2013년 신일본제철이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신일본제철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5년 넘게 결론을 미뤘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사태가 터진 후에야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배당했고, 이날 선고를 내린다.
기자회견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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