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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말로만 민생 챙기기…지역이기주의에 함몰된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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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의원들, KTX 세종역 신설 압박

호남 단거리 노선신설 겨냥 ‘불씨 되살리기’

천문학적 예산 드는 해저터널 건설도 ‘목청’

지역구에 군공항 백지화…대안없는 반대도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국정감사가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역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는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뜨거웠다. 호남권 야당 의원들은 충청북도 국감에서 KTX 호남 단거리 노선 신설을 전제로 세종역 건설을 적극 찬성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전북 전주병)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교통비와 출장비만도 연간 200억원이 든다. 지금처럼 오송역에서 내려 20분 넘게 더 이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세종역 신설을 제안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전남 여수을) 역시 “행정수도에 KTX 역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언젠가는 KTX 세종역이 들어서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들어서야 한다”고 세종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세종역 신설은 지난 대선에서도 쟁점이 됐다가 경제성 부족을 근거로 모든 대선 후보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4개 단체장 간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당선 이후 세종시·충북도에서 열린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잇따라 세종역 신설 추진 의지를 밝히며 다시 불이 붙었다.

국감에서 국회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해남ㆍ완도ㆍ진도)은 ‘목포-제주 간 해저고속철도(서울~제주 KTX)’을 들고 나왔다. 서울~제주 KTX건설사업은 목포에서 제주까지 180km 구간을 해상교량 및 해저터널로 잇는 사업이다.

전남 목포를 출발해 해남과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 제주를 잇는 167㎞ 구간의 해저터널 사업은 공사기간 16년에 16조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윤 의원은 해저고속철도 건설로 43조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계획대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높은 통행료를 책정해야 하는데 그 경우 기대할 만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과 혼슈와 훗카이도를 잇는 세이칸터널도 같은 이유로 경영악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경기 화성시 갑)은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화성시가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 “지난 53년간 사격장으로 엄청난 피해를 겪어왔던 매향리에서 5.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군공항을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의원은 “국가 안보와 국방의 문제가 걸린 군공항 이전에 지역 이기주의를 부려서는 안 된다”며 “서 의원은 화성에서도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가지고 다른 대안은 없이 반대만 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채상우 기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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