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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유류세 인하 역진성 논란 심화…고소득층 수혜 vs 서민-자영업자 가처분소득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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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부가 유류세를 다음달 6일부터 6개월 동안 15% 인하키로 하면서 이의 소득역진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말 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류 가격이 2000원을 넘을 당시 주유소.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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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다음달 6일부터 내년 5월6일까지 6개월 동안 유류세를 15% 인하키로 한 가운데 이의 역진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유가 상승과 내수 부진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혜택은 배기량이 커 유류 소비량이 많은 대형차량을 운행하는 고소득층에 많이 돌아간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ℓ당 휘발류 123원, 경유 87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약 2조원의 세금 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니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혜택이 정부 의도대로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층에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유류세는 소비량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와 마찬가지로 역진적 성격을 갖는다. 지난 2008년 유류세 인하 후 휘발류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월평균 880원, 소득 상위 20%는 5578원의 가격인하 효과를 누려 상ㆍ하위 20% 간 격차가 6.3배에 달했다는 조사도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류와 관련한) 조세정책이 소비절감 효과와 친환경적으로 구상돼 있는데 유류세 인하는 인기를 위한 정책”이라며 서민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2008년에 유류세를 10% 인하해 1조6000억원의 세금만 낭비했다”며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역진적인 측면이 있지만 계층별 소득수준과 비교하면 저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형권 기재부 차관은 “유류세 인하가 역진적이라는 주장은 세제혜택의 절대액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지만 가처분소득 비율로 보면 저소득층이 큰 효과를 본다”고 강조했다. 고 차관은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을 부여하려면)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방식이 좋지만,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기술적 어려움을 제기했다.

기재부는 또 자동차 등록대수와 서민계층의 총지출에서 유류비 지출비중이 높은 점을 들어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혜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말 현재 자동차 등록대수가 2253만대이며 전체 승용차 중 2500cc 미만이 84%를 차지하고, 연료 소비량이 많은 화물차 358만대 가운데 자영업자가 운행하는 1톤 이하 트럭이 288만대로 80%를 차지해 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유류세 인하는 조세의 핵심기능인 분배개선 측면에서 소득역진적 성격을 벗어나기 힘들며, 기재부의 설명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의 설명대로라면 현행 유류세는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부담한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류세 인하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얼마나 신속히 반영될지도 관건이다. 정유사나 주요소들이 유류 재고량 등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판매가격에 즉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체감도는 더욱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계획 발표와 동시에 관계부처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산업부는 정유사ㆍ주유소 등과 간담회를 통해 유류세 인하분의 신속한 반영을 요청하고, 공정위는 가격 담합여부의 모니터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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