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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조선족? 문신남?…김성수 비난에 스며든 엇나간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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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행위 떠난 ‘또 다른 논란’

“공분 편승해 편견 드러낸 것”

서울 강서구의 PC방에서 21세 아르바이트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 김성수(29)를 향한 여론의 비난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이 비난에는 우리 사회가 조선족, 애니 문화, 문신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 또한 스며들어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성수에 대한 잘못된 소문 중 하나는 그가 조선족이라는 것이었다. 잔인했던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며 조명받기 시작하자 뉴스 댓글창과 커뮤니티 등에선 김 씨가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피해자를 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에 더해 김 씨의 게임 아이디가 한자였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결합되면서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한국인이고 부모 또한 한국인이었다. “김성수는 조선족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보도 기사 댓글창에서 조차 해당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네이버에 게재된 ‘김 씨는 조선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기사에도 “초등학교 동창들은 뭐하냐. 귀화한 한국인이 아닌지 명백히 밝히라”(아이디mifl****)는 적은 댓글이 354명의 추천으로 공감을 받았다. 반면 “이런 반응과 일본에서 흉악범죄자는 재일교포라고 우기는 게 뭐가 다르냐”(아이디 toky****)며 반박하는 대댓글엔 14명만이 추천했다.

김성수의 얼굴이 공개되며 목에 있는 문신이 드러나자 ‘문신충’이라며 논점을 벗어나 비하하는 반응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신을 한 사람이 범죄를 쉽게 저지를 것이라는 편견을 드러내면서 함께 문신 문화 자체를 낙인 찍는 반응이다.

네이버에 게시된 ‘김성수 목 문신…일본 애니 나루토 닌자 문신’이라는 기사에는 “내가 저래서 문신충들을 혐오한다. 예전에 도망간 노비들 얼굴에 하던 것이 문신이다. 문신충들은 천민 노비임을 인증하는 것”(아이디 akad****)이라는 혐오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성수가 새긴 문신이 무협만화 ‘나루토’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소위 ‘오타쿠’라 폄하하는 비난도 이어졌다. 김성수가 학창 시절 만화를 좋아하는 조용한 학생이었다는 동창들의 증언까지 나오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이처럼 논점을 벗어난 비판은 사건과는 무관한 타인까지도 겨냥하는 칼날이 되고 있다. 각종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환되는 조선족은 물론, 애니메이션 마니아와 타투 문화를 즐기는 이들 역시 불쾌감을 드러냈다.

타투를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고 몸에 새겼다는 김모(27) 씨는 “김성수가 타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타투한 사람과 관련 직업군을 비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비난 받아야할 것은 김성수의 범죄행위다. 엉뚱한 곳에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이참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쏟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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