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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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집 근처 전봇대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했다. 전봇대에 목줄이 묶인 채 낑낑대던 강아지 옆에는 '사정이 생겨 키우지 못하게 됐으니 대신 키워달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오자 강아지는 허겁지겁 먹은 뒤 고마운 듯 김씨의 손발에 머리를 비볐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일부에서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사람보다 좋은 환경과 음식 등을 제공받는다. 반면 그만큼 소외받고 외면 받는 반려동물도 늘어나는 모순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마저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유실동물은 10만2593마리로, 2016년 8만9000여마리 대비 14%이상 늘었다. 2013~2015년까지 유기·유실동물은 8만마리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2016년과 2017년 큰폭으로 증가했다. 올 1~8월로 한정해도 8만68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 월평균 1만마리가 넘는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거리를 떠돌거나 사설보호소 등으로 가는 유기동물까지 감안하면 실제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충동적으로 동물을 양육하는 경우다. 새끼일 때 귀엽고 예쁜 모습에 혹해서 분양받거나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각 종마다 특징이 있는데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는다. 병원비 등 양육비가 갑자기 많이 지출되면 유기하는 이들도 있다. 또 입양 이후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아 소음, 배변, 물림 등 각종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버리기도 한다.
휴가철 유기·유실동물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유기유실동물이 발생한 기간은 7월로, 1만1260마리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8월에도 1만1259마리로 집계됐다. 더운 날씨에 문을 열어놨다가 유실되는 경우도 있지만, 휴가를 떠날 때 함께 가기에는 불편하고 애견호텔 등에 맡기기에는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도 많다. 휴가지에 가서 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이 쉽게 버려지는 건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할 경우 300만원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1차 적발시 100만원, 2차 적발시 200만원, 3차 적발시 300만원의 과태료로 소액인데다 벌금 등 형사처분이 아니라 행정처분에 그친다.
동물 유기를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동물보호 담당인력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유기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동물소유주는 '잃어버렸다'고 해명하면 그만인 상황이다. 소유주가 지자체에 동물등록을 하지 않아 유기동물 주인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반려견은 등록이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등록률은 33.5%에 불과하다.
이렇게 유기·유실된 동물들 중 지난해 다시 주인을 찾은 비율은 14.5%에 그친다. 27.1%는 자연사, 20.2%는 안락사되는 상황이다. 30.2%가 새로운 가정에 분양되고는 있지만 매해 버려지는 동물은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물 유기는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유실·유기동물 구조 보호 및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155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40억7000만원 증가했다. 유기견이 야생화돼 들개로 변해 시민들과 다른 반려동물 및 가축을 해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 길고양이들을 혐오하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 간의 갈등도 계속되는 실정이다.
전진경 동물권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많이 변화해서 이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동물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미리 알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만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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