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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국감 2018] "당신들이 한은에 금리압박"…與野, 서로 네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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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독립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은이 정부의 압박에 따라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맞서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가격 급등을 한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노골적으로 금리 인상을 압박하며 이른바 ‘내로남불’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부추겨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동력으로 삼았는데,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 관계자들이 한은에 부당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네 차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결정이 정부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 기획재정부, 청와대가 한 팀이 돼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 아닌가. 우연이라기엔 시나리오가 너무 정교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년 7월 한 포럼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뒤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8월 금리를 인하했다"며 "이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과 권위, 신뢰를 지키기 위해 버텨야 하는데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당시 청와대나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아 금리를 결정한 적은 없다"면서 "안종범 수석 등 언급되는 인사로부터 개인적인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황만으로 말씀하시는데 2015년 금리가 인하된 당시 상황 되돌아보면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금통위는 정부 압박을 받아 금리를 조정하도록 운영되지 않고, 저 역시 금통위원들에게 정부 뜻이나 입장을 전달하거나 당부한 적 없다. 금통위는 총재, 혹은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이 과거 정부 집권기 당시의 ‘한은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라고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당은 마치 한은이 과거 정부와 내통해 금리를 인하한 것처럼 말하는데 최근 보면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장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이번 정부 인사들이 한은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을 더 노골적으로 하면서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펴 서울 집값이 급등했는데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한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 역시 "과거 정부도 그렇지만 현 정부는 (금리 개입 정도가) 더 심하고 방법이 교묘하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반 동안 경제 정책을 엉망으로 해서 경제 성적표가 참담하니 핑계를 찾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은이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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