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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광주 5·18 광장서 첫 성소수자 축제…"다양성 존중" VS "패륜적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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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차별·혐오 허용돼선 안돼"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모여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 한목소리

개신교 단체 "성평등 법제화 반대"

"정부가 윤리 파괴 앞장서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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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우모(15·중 3·사진 왼쪽)양과 전모(17·고 3)양. 두 학생은 본인들을 "퀴어(레즈비언)"라고 소개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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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라."(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정부는 윤리를 파괴하는 성평등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서로 극과 극으로 엇갈린 목소리가 강(强) 대 강으로 맞섰다. 21일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다.

이날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는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광주, 무지개로 발광(光)하다'라는 주제로 성소수자 문화를 알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공연·행진·연극 등으로 꾸며졌다. 퀴어(queer)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광주에서 성소수자 축제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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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저마다 소속되거나 지지하는 단체 깃발을 흔들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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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쯤 찾은 5·18 민주광장은 축제에 참여한 1000여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광장 주변엔 경찰 인력 수백 명이 에워쌌다. 경찰이 친 펜스(울타리) 밖에선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동성애는 에이즈의 지름길' '사랑과 쾌락은 달라요'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광주여성민우회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등 전국 성소수자 단체와 연대 기관 등 40여 곳이 광장에 마련한 부스에서는 성소수자들이 각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팔거나 성소수자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프리 허그(free hug) 행사도 열렸다. '우리는 사랑을 한다' '내가 여자 좋아하는데 어쩌라고' 등의 팻말을 걸친 참가자들은 저마다 성적 지향과 개성을 표현한 복장과 분장을 한 채 부스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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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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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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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포스터. [사진 축제 조직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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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부스 배치도. [사진 축제 조직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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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엔 퀴어축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찾은 성소수자들이 많았다. 인천에서 온 이모(20·여)씨는 "성소수자(레즈비언)로서 나를 드러내기 위해 왔다"며 "과거 인권 탄압을 받던 상징적 도시(광주)에서 현재 억압받는 존재(성소수자)들이 모여 축제를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청소년들도 적지 않았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과 밝은 표정으로 프리허그를 한 우모(15·중 3)양과 전모(17·고 3)양은 본인들을 "퀴어(레즈비언)"라고 소개했다. 어깨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천을 두른 우양은 "저희도 똑같은 사람인데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양은 "부모님께 (성소수자라고) 얘기했다"고 했지만, 전양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차별이 두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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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린 5·18 민주광장에서 만난 미국인 대학생 마리나 만지아카치나(Marina Mangiacacina·27). 그는 자신을 "트렌스젠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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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광주에 온 지 1년 2개월 됐다는 대학생 마리나 만지아카치나(Marina Mangiacacina·27)는 자신을 "트렌스젠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사회)에 산다. 그래서 (어떤 생각이든) 반대할 수도 있고 축하(지지)할 수도 있다. 둘 다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면서 "한 생각만 있으면 생활이 재미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성소수자 축제 자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익명을 원한 한 60대 택시기사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성관계하는 게 말이 되느냐. 자기들끼리 조용히 살거나, 축제를 해도 서울에서 하지 왜 광주까지 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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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걸친 '우리는 사랑을 한다' '내가 여자 좋아하는데 어쩌라고' 팻말.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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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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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저마다 소속되거나 지지하는 단체 깃발을 흔들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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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부녀가 행사장 근처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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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5·18 민주광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금남로 4가에선 광주광역시기독교교단협의회 등 개신교 단체를 주축으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국가인권정책 독소조항철폐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모였고, 5·18구속부상자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장애인·학부모·노인·유림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목사는 "최근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신종 골리앗이 나타났다. 동성애와 성평등 정책이라는 골리앗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성소수자 비판을 '혐오 표현'이라며 금지한다. '동성애 독재'라고 부를만 하지 않느냐"며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정부가 헌법에 나오는 '양성 평등' 대신 '성평등' 조항을 만들어 동성애와 다자성애, 근친상간 등 지극히 해롭고 나쁜 성행위까지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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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누운 반대 단체 회원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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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누운 반대 단체 회원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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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저마다 소속된 깃발을 흔들며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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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금남로를 행진할 때 반대 단체 회원들이 에워싼 모습.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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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태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사무총장은 "퀴어축제는 퇴폐적이고 패륜적인 행사로서 기독교 정신과 5·18 정신, 전통적 가치에 모두 어긋난다"며 "5·18 민주광장은 민주화를 위해 (광주시민들이) 피를 흘린 성스러운 곳이자 사적지인데 이런 장소에서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않는 행사를 여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박 사무총장은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동성애를 문화화하고 법제화해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대 집회에선 퀴어축제를 허가해 준 이용섭 광주시장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앞서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와 5·18구속부상자회 비상대책위는 지난 18일 이 시장에게 '퀴어축제 불허가'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현행법상 이미 허가가 난 행사 일정을 변경하거나 장소를 옮길 방법이 없어서다. 한 목사가 이 시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해당 단체 회원들이 8시간 동안 점거 농성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박 사무총장은 "여기(호남)에서 (정부의 동성애 합법화 움직임을) 막지 못하면 정권 규탄 대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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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8일 광주시장 접견실에서 광주기독교단협의회 소속 한 목사가 무릎을 꿇은 채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불허가를 요구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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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5·18 민주광장 인근 금남로 4가에서 열린 '국가인권정책 독소조항철폐 국민대회'.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광주광역시기독교교단협의회 등 개신교 단체를 주축으로 5·18구속부상자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장애인·학부모·노인·유림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모였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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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반대 단체 회원이 든 손팻말.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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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남학생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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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0분간 5·18 민주광장을 출발해 금남로와 예술의 거리를 거쳐 광장으로 되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인권도시 광주에도 성소수자는 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이 과정에서 반대 단체 회원 일부가 도로에 뛰어들거나 바닥에 드러누우며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이날 양쪽 단체 사이에 크고 작은 승강이와 몸싸움은 있었지만,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20여 개 중대 1500여 명을 투입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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