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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연이은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보호자들 속타는데…진료부 열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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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법상 '진료부 열람' 강제 못해…의료과실 입증 "하늘의 별 따기"

뉴스1

래퍼 도끼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려견 '구름이'가 의료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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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 래퍼 도끼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홉살된 반려견 '구름이'가 의료사고로 죽었다"는 글을 올렸다. 도끼에 따르면 구름이는 고관절 수술을 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는 '수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끼의 동의 없이 전신마취 후 재수술했다. 도끼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의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병원측의 과실로 동물이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제도 등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반려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과 같은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동물보호자들이 반려동물 의료사고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서도 '1372상담센터'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상담건수는 매년 400건 정도에 이르고 있다.

앞선 래퍼 도끼의 사례 이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는 동물병원 의료과실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한 견주가 8년간 키운 개(골든리트리버 종)가 폐렴을 앓아 병원에 데려갔다가 병원측에서 착각해 '수면마취제' 대신 '안락사 주사'를 놨다는 글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병원에서 치료나 수술을 받던 동물이 갑자기 부상을 당하거나 죽게 되면 보호자들은 특별한 법적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물은 민법상 유체물(공간을 차지하는 존재), 즉 물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람의 의료사고와 동일하게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업무상 과실치상 또는 과실치사죄가 성립할 수 없는 구조다.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지만 속된 말로 '개값'을 받는 데에 그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동물보호자들이 병원측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의사법에서는 보호자에게 의료행위가 기록된 진료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하는 의무 조항이 없다. 지난해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동물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의사는 진료부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도끼측의 주장처럼 보호자 동의 없이 과잉진료를 했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수의사법에서 과잉진료는 불법으로 해당 행위를 한 수의사의 면허를 1년 이내로 정지할 수 있다. 과잉진료는 동법 시행규칙에서 '예후가 불명확한 수술 및 처치 등을 할 때 그 위험성 및 비용을 알리지 아니하는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채수지 동물권단체 하이 법제이사 겸 변호사는 "수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동물보호자들에게는 이런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다, 수의사의 진료기록까지도 보기 어려운 현행법의 문제로 보호자 속만 타들어가는 상황"이라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같은 문제를 일으킨 병원을 강력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사실 근본적으로는 동물은 물건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민법이 문제"라면서 "그나마 최근 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판례를 보면 보호자를 위한 위자료가 늘어나는 등 동물을 일반 '물건'과는 다른 지위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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