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로버트 퍼트넘(왼쪽)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조희연(오른쪽)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교육과 빈부격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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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격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부터 굳어집니다. 처음 학교 가는 길에 메는 책가방이 어떤 브랜드인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따라 출발선이 다른 거죠.”
평생 ‘사회적 자본’을 연구해온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77) 교수는 학생들 간의 학력 차이가 유아기부터 이미 굳어진다고 역설했다. 학교는 사회적 자본의 차이가 드러나는 장소일 뿐이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역할을 통해 보육 단계의 사회적 격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퍼트넘 교수는 16일 서울의 한 식당에 가진 대담에서 자신의 책 ‘우리 아이들’ 속 사례를 들어 이를 부연설명 했다. 미리엄과 매리수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하지만 둘의 삶은 매우 상반된다. 미리엄은 명문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뒤 파리 유학을 다녀온 경험을 살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매리수는 마약 밀매로 15살 때부터 경찰서를 들락날락했고, 소년원에 가있는 동안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떠나자 그의 아이를 사산하기도 했다. 둘의 차이는 일명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라는 게 그의 설명. 퍼트넘 교수의 손녀인 미리엄은 부모의 관심과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자라왔지만, 매리수는 부모가 두 살 때 이혼한 뒤 스트리퍼로 일하는 어머니의 손에서 커왔다고 한다.
퍼트넘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학교가 이런 경제적 격차의 ‘에어백’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 현재 학교는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부유층 부모들은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한해 평균 7,000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교육합니다. 특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의 뇌 발달에 상당히 일조하죠. 반면 매리수 같은 빈곤층의 부모들은 생계를 잇는데 바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도 없죠.” ‘출발선의 차이’가 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퍼트넘 교수는 보육 단계에서부터 공공영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교라는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격차가 커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다.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초기 유년기(만 0~6세)에 빈곤층에 적절한 경제적 지원만 해도 향후 학업성적과 평생 소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두 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낸다지요? 부모들이 사립 유치원을 찾다 보니 그 전횡으로 부작용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육이야말로 빈부격차를 바로잡을 핵심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이를 책임질 필요가 있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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