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주 멜라니 벡텔 (Melanie Beckte)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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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일 일하지만 주30시간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유연근무라고 일을 설렁설렁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법률구조기관(Legal Aid NSW)에서 일하는 멜러니 벡텔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호주에는 유연근무가 일반화돼 있지만 일의 강도는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벡텔 변호사는 또한 유연근무가 좋은 이유로 “주3일 근무하면 나머지 2일은 나이 많은 근로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급속한 고령화로 80~90대 부모를 돌봐야 하는 60대의 퇴직 전후 근로자들 역시 주2~3일 근무를 선호할 수 있어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젊은 근로자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탁아비용은.
△아이를 탁아소(데이케어센터)에 보내는 데 하루에 145호주달러(약 11만6,000원)가 든다. 이 중 3일은 정부에서 약 절반 정도인 75호주달러(약 6만원)를 보조해준다. 각자의 소득에 따라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정도가 다르다. 4~5일 보내려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아주 가난한 사람만 탁아지원을 해주는데 호주에서는 나 정도의 소득자도 정부의 탁아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소득 기준은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호주 법조계에서의 양성평등 상황은.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미 호주의 로스쿨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다. 약 55%가 여학생이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적다. 로펌의 파트너나 고위직을 보면 여성은 11%에 불과하다. 앞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간간부까지는 여성이 많지만 고위직에는 아주 드물다.
-직장(Legal Aid NSW)의 양성평등 상황은 어떤가.
△여기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고위직의 80%가 여성이다. 유연근무나 출산휴가제도가 잘돼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출산휴가를 1년 사용했는데 이 중 3개월은 회사에서 주는 유급휴가이고 나머지 4개월 반 동안은 정부에서 최저임금(주당 700호주달러·약 56만원)을 받았다. 급여가 없는 나머지 기간은 저금으로 살았다. 출산휴가와 관련해서는 민간의 로펌도 동일하다.
-유연근무가 일반적인가.
△그렇다. 유연근무 사례가 많다. 3~4일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할 때 근무일수를 천천히 늘려나가면서 적응했다. 처음에는 주2일만 근무했고 그 뒤 3일, 4일 등으로 늘려 주5일 풀타임 근무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도는 다른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노케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호주에서도 퇴직 전후의 60대가 80~90대인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 젊은 여성이나 남성들의 유연근무를 위해 필요한 대체인력을 이들이 맡아준다면 훌륭한 대체관계가 될 것이다. 즉 아이를 돌보기 위해 젊은층이 3일 근무하면 나머지 2일은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60대가 근무하는 식이다. 호주에서는 일부 공공조직에서 이런 시스템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민간 부문까지 확산된 것은 아니다.
-유연근무라고 일을 적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주3일 일하지만 주30시간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집에까지 일을 가지고 와 설거지·빨래를 하고 아이를 재워놓고 새벽1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다. 유연근무라고 일을 설렁설렁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녀 임금격차 축소가 왜 중요한가.
△여자라고 차별하면 그의 유능한 재능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능력주의란 무엇인가. 인종이나 여성 등의 요소로 차별하지 않고 그의 능력만을 보는 것이다. 실력이 좋고 유능한 여성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은 결과가 된다. /시드니=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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