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 씨(여·26)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2년여 전부터 종종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는다는 그는 “상사가 괴롭히고 그에 따른 업무 압박이 굉장히 심했다"며 "출근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 왔다. 내일 출근은 해야 하니 동네 병원에서 수면제를 타다 먹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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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수면제는 최면진정제로 분류되는데 최근 3년 동안 최면진정제 처방일수가 증가 추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최면진정제 총 처방일수는 약 1588만3000일, 2016년엔 약 1718만일, 2017년엔 약 1795만8000일이다.
박현아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은 취직도 안 되고 취직해도 고용이 불안해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제를 자주 찾는다”며 “정신건강의학과보다 문턱이 낮은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도 수면제 처방을 받아서 먹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접근성이 쉽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수면제와 달리 의사의 처방이 별도로 필요 없는 수면유도제 또한 많이 찾는 추세다. 정 모(남·28)씨는 “수면제는 의사 처방을 받아야해 번거롭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먹었다”며 “연인과 헤어져 괴로움에 잠이 안 와서 몇 번 복용했다”고 토로했다.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엄연히 다른 약이다. 박 교수는 “수면유도제는 감기약이라고 이해하면 쉽다”며 “수면유도제는 수면 유도 효과가 많이 있진 않다. 이와 달리 수면제는 수면 유도 효과와 유지 효과가 동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유도제의 효과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병원을 찾게 된다.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불면증 때문에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사다 먹었는데 약효가 없어서 병원에서 수면제를 타다 먹었다”며 “요즘엔 수면 유도 음료도 나오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나 수면제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물론 횟수 제한이 있지만 처방이 쉽다는 점은 문제”라며 "수면장애를 겪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낮 동안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고, 휴대폰을 끼고 살거나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하는 등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이라며 “담배와 술을 끊는 것보다 약을 먹고 자는 게 쉽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습관적인 수면제 복용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수면제는 잠깐 수면장애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에서 쓰여야 한다”며 “아침에 눈을 뜨는 동시에 약효가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2차 사고 위험이 높고 내성이 생겨 약물 중독에 알코올 중독까지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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