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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자영업자 죽을 맛"…저가 프랜차이즈·식당 "최저임금에 가격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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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끼·블루클럽 등 저가 프랜차이즈 '인건비 부담에 가격 올려'
전국 곳곳의 식당·커피 등 가격 올려…자영업자 "답이 없다"
서민 가계 부담 증폭…"1만원 한끼 너무 비싸다"
아시아경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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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직장인 김진수(39) 씨는 최근 머리 커트를 한 후 카드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렴한 가격에 블루클럽을 찾는 편인데, 커트 가격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장 저렴한 곳인데, 이곳마저 1만원이 됐다"며 "이제 머리도 집에서 그냥 잘라야 하나, 미용기술을 배워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고등학생인 김민지(17) 양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떡볶이 가게를 자주 찾는다. 특히 가격은 저렴한데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는 최애(가장 애정하는) 가게다. 김양은 최근 두끼에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가 벽에 붙혀져 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매운 떡볶이가 최고인데 내년부터 1000원이나 오른다고 하니 다른 곳으로 가야되나 고민된다"며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저가 박리다매형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속속 꺼내들었다. '착한 가격' 콘셉트에 맞춰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조정에 나선 것이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브랜드 정체성 훼손을 무릎쓰고 개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가맹점주들도 속출하고 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높은 프랜차이즈들까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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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끼 떡볶이.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 본사는 내년 1월1일자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고지했다. 뷔페(무한리필) 콘셉트인 두끼는 "고객의 편의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원재료의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부득이하게 내년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성인 기준) 1인당 가격은 7900원에서 8900원으로 12.7% 오르고 학생은 6900원에서 7900원으로 14.5% 인상된다. 소인(7세 미만)의 경우 3900원에서 4900원으로 25.6% 높게 책정된다.

서비스업종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남성미용전문 프랜차이즈 '블루클럽' 매장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분당의 서현점은 지난달 1일부터 기본 커트 가격을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디자인 커트는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임대료 및 인건비 인상, 운영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가격을 부득이하게 조정하게 됐다는 게 해당 점포의 설명이다. 서울의 논현점도 최근 가격을 올려 기본 커트를 1만원에 받고 있으며 명동점 역시 가격을 9000~1만원으로 올렸다. 서울ㆍ경기 중 일부 가게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됐다는 게 블루클럽 측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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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 이후 매달 식음료, 외식, 서비스업 등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현상은 이달에도 계속되는 추세다. 서울 서촌의 한 커피 가게는 현재 3년간 가격은 올린적이 없지만, 최근 고민이 많아 쿠폰을 없애는 지 아니면 가격을 500원 올릴 것인지 직접 손님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 이미 인근의 카페는 가격을 올린 곳이 많은 상황이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한 커피 매장의 사장은 "올릴 예정인데, 시기를 보고 있다"면서 "내년 1월1일자로 가격을 올리는 곳이 많을 것 같아 연말경 가격을 올릴 것 같은데 인상 폭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기사 식당도 가격을 올리는 곳이 많아졌다. 택시기사 강제현(63ㆍ가명)씨는 "단골 기사식당이 얼마전 모든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면서 "인근의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이마저도 부담돼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집에 가서 때우는 일이 잦아졌다"고 읍소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아랑(38)씨는 "이제 한 끼를 해결하려면 최소 1만원 이상은 있어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외식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신림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사장 최미자(58ㆍ가명)씨는 "외식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려면 가격 인상 밖에 답이 없다"며 "우리도 서민인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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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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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요 식음료업체들도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내세워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품목은 생수·과자부터 소주·위스키·어린이음료까지 전방위적이다. 팔도는 11월1일부터 어린이음료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 PET 제품 5종의 가격을 인상한다. 가격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인상된다.

주류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주류 생산업체가 출고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배달직원 인건비 부담으로 주류 유통업체가 공급가격을 올리면서 음식점과 주점, 슈퍼마켓 등에서 소주와 맥주 가격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슈퍼마켓의 소주 평균 판매가격은 1400원이지만 1500원으로 인상한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1600원에 판매하는 슈퍼도 많다. 서울 지역 식당의 평균 소주 가격의 경우 4000원대이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5000원대로 조정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앞서 1월부터 8월까지 주요 식품업체들은 매달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최소 22개 업체가 최소 28여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으며, 최대 200여개 상품의 가격이 인상됐다. 가격을 조정한 업체는 농심, 한국야쿠르트, 동원F&B,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의 주요 식품업체와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의 제과업계와 보해양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코카콜라음료 등의 주류 음료사 등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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