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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방탄소년단의 회사에 무형자산이 잘 안 보이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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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4일 오후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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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34] 세계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의 활약이 연일 화제다. 이에 따라 소속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매년 순이익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약 개발 성공에 근접했다는 제약회사들은 주가가 단숨에 몇 배씩 뛰며 화제가 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요 경제뉴스 토픽들이다. 회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회사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유형의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전통적인 산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제약회사의 경우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제약회사가 파는 약은 기술을 파는 것과 유사하다).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게임, 제약, 인터넷, 모바일 등 지식과 정보 등을 기반으로 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들은 해마다 그들의 경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가도 그에 따라 크게 성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회계에서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유형자산의 크기와 성장세를 보는 것이었다. 규모가 크고 사업이 잘되는 회사일수록 크고 좋은 공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회사는 유형자산이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많은 회사들이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평가의 중심이 점차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앞서 말한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정작 무형자산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형자산을 생산하고 무형자산을 판매하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이 잘 안 보인다는(상대적으로 금액이 작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형자산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무형자산이란 형태가 없지만 기업이 통제하고 있고 미래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라고 하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 정도의 분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구입한 자산-소프트웨어, 상표권, 전속계약금 등

2. 합병 등으로 지급한 초과가치-영업권

3. 내부 창출한 자산-개발비

이를 바탕으로 무형자산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 세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비의 인식이 보수적이다.

개발비는 어떤 자산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이 투입한 돈이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의 신약연구비이고, 게임회사라면 게임개발비에 해당한다. 만일 연예기획사라면 연예인을 발굴하거나 훈련하는 데 투입한 비용도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회사들의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개발비 금액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돈이 많이 안 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왜냐면 현행 회계는 개발비 인식 요건으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입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의 과대평가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나, 때로는 기업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둘째, 무형자산의 금액이 취득원가보다 클 수 없다.

회계에서는 투자자산으로 지정한 주식이나 부동산의 경우 매년 시가평가를 통해 최초 구입한 취득 원가보다 자산의 금액이 크거나 작아진다. 그러나 영업용 자산인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은 회사가 별도로 재평가 하겠다고 회계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취득원가보다 자산의 금액이 커질 수 없고 실제로 그렇게 평가하는 회사도 거의 없다. 각 자산을 평가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측정에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방탄소년단 전속계약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면? 게임 리니지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면? 각 회사의 무형자산 금액은 어마어마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무형자산의 개발이나 진행 과정에 대한 별다른 주석사항이 없다.

만약에 대형 연예기획사가 소속연예인과 데뷔 준비 중인 연예인들의 상황을 주석 공시한다면? 신약개발 중인 회사가 현재의 진행 상태 및 주요 쟁점 그리고 성공 가능성에 대해 공시한다면?

재무제표의 이용자들은 그 회사에 대해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현행 회계제도에서 그러한 공시 의무는 없다. 그러나 금액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사안일지라도 무형자산의 평가에 참고가 되는 사항을 주석에 기술한다면 정보 이용자의 의사결정에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형자산은 각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측정이 어려우며 그 회사의 영업비밀과 관련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세상은 무형자산이 중요한 상황으로 점점 변화해 나가고 있으나 기업의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는 제한적인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과도한 주가 급등이나 투자 실패 등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회계적 문제는 이제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에서도 회계 기준 및 제도의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따라서 재무제표 이용자들은 지식 정보 기반 회사의 재무제표를 볼 때 이러한 점을 유의해 재무제표 외의 다양한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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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이재용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및 외부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계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회계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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