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 김포맘카페 추모 물결…매니저 “글 올린 친척도 걱정 돼”

[뉴스1]

아동 학대 의심을 받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인터넷 맘 카페에 신상이 퍼진 후 비난이 쏟아지자 압박감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후 사건 발단이 된 맘 카페와 보육교사의 신상을 올린 글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사건은 이렇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A(37·여)씨는 지난 11일 어린이집 원생들과 지역 축제에 갔다. 그런데 A씨가 행사 도중 원생 1명을 밀쳤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어린이집 조끼를 입은 교사가 원생을 바닥에 밀쳤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날 오후10시께 경기 김포 지역 한 인터넷 맘 카페에는 해당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한 글이 올라왔다. 아동의 친척이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10여명의 주민에게 들은 얘기”라고 사건 정황을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이 내 가족 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날씨도 추웠는데 밀쳐져 마음마저 추웠을 아이를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든다”고 했다. 여기에는 카페 회원들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이 글이 올라올 당시 A씨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동 학대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다. A씨는 이틀 만인 13일 오전 2시50분쯤 김포의 한 아파트 화단 인근에서 쓰러져 숨져있는 게 지나가던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일했던 어린이집 관계자는 경찰에서 “경찰 조사 전 구체적 신상이 공개돼 A씨가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13일 오전까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A씨 사연이 알려지자 학대 의심 아동 친척이 올린 글과 글이 올라왔던 맘 카페가 재조명되고 있다. A씨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며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글에 달린 댓글에서 A씨의 신상명세가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맘 카페 매니저는 공지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후 맘 카페는 맘충들의 모임이 됐다. 친척에 대한 신상털기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 분마저도 극단적 선택을 할까 두렵다”고 했다. 또 “추모 글은 막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맘 카페에는 A씨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장 먼저 신상털기가 시작된 맘 카페를 폐쇄하라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글이 이날까지 7건 올라와 4만여명이 동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맘 카페에 올라온 당시 A씨와 관련된 글들에 대해 수사하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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