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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민간기업 전력중개사업 내년 허용...KT·SKT 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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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운영 직원이 전력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도 전력 거래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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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민간 기업의 전력중개 사업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등 민간의 소규모 발전 전력을 한데 모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전력중개 사업이 민간 기업에 허용되면 KT, SKT 등 통신사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등 민간 에너지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기업이 전력중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올 연말까지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내년 1분기 중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이 전력중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전력중개회사는 업무용 건물, 자투리 땅 등에 설치된 태양광 등 소규모 신재생 발전기들을 IoT(사물인터넷)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통합 운영하면서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한국전력(전력거래소)에 판매하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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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민간 신재생 발전 사업자가 생산 전력을 팔기 위해선 사실상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에 공급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규모 사업자가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 비율을 맞춰야 하는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가 신재생 에너지의 구매처가 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구매에만 의존해선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급의무화제도(RPS)라고 불리는 의무 발전비율은 올해 5%에서 2023년 10%로 늘어난다. 2023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10.5%)와 비슷하다.

하지만 RPS를 그 이상으로 급속히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선 발전 자회사 입장에서 보면 비용이 높아져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RPS는 규제 변화에 따른 채산성 변동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리스크가 크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전력 중개사업 활성화에 나선 이유들이다.

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되기 위해선 송배전 분야에서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규모 전문 회사가 필요하다"며 "통신사나 발전 회사 등 대기업들이 전력 중개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통신업계에서는 SKT과 KT, 에너지 업계에서는 포스코에너지와 한화에너지, 전문 중소기업으로는 혜줌 등이 가상발전소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KT는 지난 7월 중소형 태양광 발전소의 전력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관리할 수 있는 ‘기가 에너지 젠-태양광 운영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대상으로 월 2만~10만원의 요금을 받고 운영관리를 돕는다. 문성욱 KT SE신재생사업담당 상무는 "전력중개 시장이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 회사 한화큐셀은 일본에서 가상발전소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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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달 발간한 ‘우리나라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중앙집중식 전력공급 시스템이 분산전원으로 바뀌는 국면"이라며 "송배전 시장 참여자와 프로슈머(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사람이나 기업)가 증가하면서 생산-판매의 양방향 계약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장참여자가 늘면서 전력 산업의 부가가치가 생산과 운영 중심에서 중개, 판매 등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발전소가 당장 수익을 낼 여지는 작다"면서도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산되고, 스마트미터(지능형 전력량계) 등과 연계해 가정이나 기업의 전력 소비 관리까지 영역을 넓혀 일종의 통합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장래성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정구형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발전소는 전력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생기는 것에 가깝다"며 "앞으로는 스마트그리드 등과 결합해 DR(전력소비 감축) 등으로 남은 전기를 판매하는 등의 비즈니스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테슬라가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손잡고 가상발전소 사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주택 5만 곳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력 생산과 판매에 나선다. 가정 전기 요금을 최대 30%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테슬라는 보고 있다. 유럽 최대 가상발전소 회사인 독일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Next Kraftwerke)는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6410개 발전소를 관리하면서, 5410MW 용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력발전소 5기 용량이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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