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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불혹의 `발레 여신` 자하로바 "은퇴?…2020년까지 스케줄 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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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Timur Artamonov]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리나에게 주어지는 호칭 '프리마 발레리나 아솔루타'. 우리 시대에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에게 돌아간다. 이 밖에도 '안나 파블로바의 재림' '제2의 갈리나 울라노바' '마야 플리세츠카야의 후예' 등 세기를 풍미했던 발레리나의 후계자 자리에 늘 거론된다. 살아 있는 발레의 전설,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한국에 온다. 자하로바는 오는 11월 1일과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니버설발레단과 공동 주최하는 '라 바야데르' 무대에 무희 니키아 역으로 오른다. 그녀가 발레 전막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 이후 13년 만이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자하로바는 2003년 마린스키에서 볼쇼이로 이적한 이후 발레단의 대표 수석무용수이자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로 여전히 최정상에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우리(관객)는 당신(무용수)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느낍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에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당신이 보여주는 모습이 곧 당신의 세월을 얘기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용수로서 자신은 지금도 나이 들지 않았다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은 여전히 잘 조율된 현악기처럼 팽팽한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키 173㎝에 긴 팔다리, 작은 얼굴로 '신이 내린 몸'이라는 찬사를 받는 그는 2011년 딸을 출산한 뒤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신체 조건보다 독보적인 것은 그의 테크닉이다. "신체 조건은 확실히 남들보다 유리하게 타고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일 투입되는 노력과 수많은 연습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스튜디오에서 저는 지금도 학생처럼 배우는 자세로 기술을 연마하죠."

자하로바의 장점은 뛰어난 유연성과 테크닉에서 비롯된 우아하면서도 정확한 동작이다. 그런 만큼 '라 바야데르' '백조의 호수' '지젤'과 같은 정형미와 테크닉을 중시하는 고전발레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이번 '라 바야데르'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작품으로,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감자티 공주 그리고 최고 승려 브라민 등이 펼치는 사랑을 그린다. 실제 라 바야데르 3막은 자하로바의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졸업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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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Damir Yusupov]


자하로바는 매번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남다른 문학적 해석력으로 객석을 감탄시킨다. 니키아 역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고 배신당하지만 결국 용서하는 니키아의 마음을 섬세하고 격렬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비장하게 무대 위에 풀어낸다. 이렇게 여러 극단의 감정을 완벽한 테크닉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인데, 그 비결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애독가인 그가 최근 읽은 책은 '코코샤넬의 자서전'. 그는 "샤넬의 유년 시절부터 사랑과 이별,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과 규칙들을 없애고 어떻게 여성을 위한 편한 옷을 만들게 되었는지, 샤넬 제국 건설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은 책"이라며 "최근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라고 했다.

은퇴 시기를 묻자 그는 "2020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그의 삶에는 오직 발레뿐이다. "앞으로 어떤 발레리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발레리나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도 그는 "늘 무대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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