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원조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의 빌드법안 서명은 중대한 변화"
"트럼프, '눈에는 눈으로' 식으로 중국과 싸우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창설 등을 골자로 한 '개발촉진을 위한 투자활용 향상법안'(BUILD·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s Leading to Development)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PG) |
앞서 미 상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빌드 법안'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을 찬성 93표, 반대 6표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했다.
빌드 법안은 미국 정부의 기존 해외 투자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을 통합해 USIDFC를 창설하는 것이 골자다.
USIDFC의 투자 한도는 600억 달러(약 67조원)로 OPIC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기존 기구들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항만,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차관만 제공할 수 있었지만, USIDFC는 지분투자도 할 수 있도록 했다.
NYT는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미국의 대외원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빌드 법안에 서명한 것은 중요한 입장 변화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외원조 삭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빌드 법안에 서명한 것은 세계를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으로 지배하려는 중국의 계획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원조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앞세워 지난 5년간 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현재 중국은 전 세계 130개 국가를 대상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로 중국이 국유 은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고 국유기업들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NYT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눈에는 눈으로' 식으로 중국과 싸우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빌드 법안을 지지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회 위원장인 요호 의원(공화·플로리다주)은 "나는 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모두 중국 때문이다"고 말했다.
빌드 법안을 앞세워 대외원조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수정은 중국의 경제, 정치적 지배를 차단하기 위한 전면적인 시도 가운데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에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반도체, 항공기 제작, 바이오 기술 등 27개 산업과 관련한 기업들에 대해 투자 합의 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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