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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글로벌 헤지펀드 공매도 먹잇감 된 LG전자 ‘BJ(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부진한 실적…불확실성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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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부진한 실적과 계열 분리를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LG전자가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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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대표 기업 LG전자 주가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과 경영 불확실성이 겹친 탓에 글로벌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연말에 회사를 떠나는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행보와 맞물려 계열 분리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가는 당분간 답보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 주가는 7만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지난 3월 22일 기록했던 신고가 11만4500원에 비하면 최근 주가는 40%가량 하락했다. 지난 9월 19일에는 6만7900원으로 신저가를 찍었다. 코스피 대표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 주가가 단기간에 이렇게 급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공매도를 꼽는 분석이 많다. 공매도는 롱쇼트 헤지펀드에서 구사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좋아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등에 근거를 둔 글로벌 헤지펀드의 쇼트(매도)리스트에 LG전자가 올라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실제 최근 1년간 LG전자 하루 거래량 중 공매도 거래 비중을 보면 지난 9월 이후 단기간에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매도 정보 사이트 ‘트루쇼트’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 LG전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19%로 20%에 육박했다. 직전 거래일인 9월 7일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6%에 불과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만 해도 공매도 비중 10%를 넘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9월 들어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면서 주가 낙폭이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배경으로 증권가에서는 크게 2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구광모 LG 회장 선임과 맞물린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 이슈다.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이사회 직후 “구본준 부회장은 금일 이후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전면 물러나며 연말 임원 인사에서 퇴임한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LG 부회장과 LG전자·LG화학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직책을 연말 임원 인사에서 모두 내려놓는다는 의미다.

구 부회장 퇴진은 LG그룹 특유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다른 형제는 계열 분리를 통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는 장자 승계 전통을 이어갔던 덕분에 친족 간 경영권 다툼이 거의 없었다. 앞서 1995년 故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 회장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계열 분리가 있었다. 이후 1999년 LIG그룹, 2003년 LS그룹 등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이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 향방을 두고 추측성 시나리오가 무성한 상황이다.

매경이코노미

▶증시 정체불명 지라시 만연

펀더멘털 취약 약점 작용

통 큰 M&A로 반전 노릴 듯

지난 9월 10일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던 때도 증권가에서는 정체불명의 계열 분리 시나리오가 ‘지라시’ 형태로 나돌았고 이 재료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세간에 회자됐던 계열 분리 시나리오의 핵심은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VC)사업이 공중분해되고 일부를 구 부회장이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즉, LG전자 VC사업본부 모터 부문과 LG이노텍 전장 부문이 합쳐지고 LG상사에서 오토모티브 등을 담당하는 인프라 부문과 함께 구 부회장이 새로 설립하는 LK전자로 합병된다는 것이 골자다. VC사업본부의 배터리 부문은 LG화학에, VC사업본부 램프 사업은 최근 인수한 오스트리아 ZKW에 편입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카인포테인먼트를 총괄하는 VC사업본부 스마트사업부는 LG전자에 남아 HE사업부에 편입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계열 분리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석은 구 부회장이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자금력에 제약이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에서 지분 7.72%를 갖고 있다. 평가액 1조원가량 되는 이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을 통해 독립 경영 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기업으로 LG이노텍과 LG상사가 꾸준히 거론됐던 것은 맞다. 구 부회장은 LG반도체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어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 경영이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구 부회장이 CEO로 일했던 LG상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출자관계가 없어 계열 분리하기에 유리한 지분구조라는 평가다.

여기에 전장사업부 일부를 넘겨받을 것이란 관측은 해당 사업부가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에 올라 신설한 조직이라는 그럴듯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 부회장이 그룹 핵심 동력이 될 전장사업부를 떼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구 부회장이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요구할 것이란 세간의 시나리오는 조카 총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독립 경영에 나선다는 지금까지의 취지와도 맞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구 부회장의 실질적 자금력도 고려해야 한다. 약 1조원의 지분가치로 시중에 거론되는 식의 계열 분리를 단행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세간에 떠도는 추측성 시나리오의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공매도가 늘고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LG전자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허약하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이 꼽는 공매도 배경의 두 번째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말해 VC사업부가 없다면 LG전자는 그저 그런 가전회사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달리 말하면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인 VC사업부를 빼놓고는 주가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실제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LG전자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985억원이지만, 이 전망치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최근 분석이다. 대체로 프리미엄 TV 경쟁 격화, 원자재 가격 부담, 비우호적인 신흥국 환율, VC사업부의 턴어라운드 지연 등이 악재로 꼽힌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장사업 부문은 원가율 상승, 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3분기 영업적자가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부문마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 산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밋밋한 업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LG전자의 시장 지위에는 특별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계열 분리 이슈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지기 전까지 LG전자는 글로벌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과감한 M&A를 통한 성장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LG전자가 지난 4월 오스트리아 전장회사 ZKW를 1조4000억원가량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 새 그룹 내 대형 M&A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의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계열 분리 불확실성 해소와 의미 있는 이익 전망 상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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