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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5조원 매출에 세금은 고작 200억…다시 불거진 구글세 논란 유한회사 공시 의무화 없인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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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구글세 과세 요구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와 시민단체 등은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 진단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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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구글이 모바일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만으로 번 수익은 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플레이 시장점유율은 무려 60%가 넘는다. 사실상 독과점이다.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외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약 5조원 가까운 매출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약 2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구글코리아와 매출 규모가 엇비슷한 네이버는 4200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구글코리아 법인세가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빈틈이 많은 국내 과세 체계도 한몫한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이 국내에서 과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위해 각종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한 번 맹렬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서 급물살 타는 구글세 도입

▷세금 안 내는 글로벌 IT 기업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다.”

미국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유명한 명언 중 하나다. 세금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용되는 문구다. 그의 말처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의무지만 요즘 다국적 기업에는 통용되지 않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논의되는 ‘구글세’ 논란은 해마다 반복됐던 이슈 중 하나다. 19대 국회에서도 매년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유야무야됐다.

최근 구글코리아 매출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글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 지난해 매출은 최소 3조2100억원에서 최대 4조9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팀은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을 기반해 한국 매출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추정했다. 이 교수는 “구글이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분석대로라면 구글코리아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매출 규모가 비슷하다. 그럼에도 법인세 규모는 네이버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구글뿐 아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세금 회피에 나서고 있다.

구글코리아 매출 규모가 알려지면서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구글세’ 도입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또한 “이번만큼은 구글세 도입에 성공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과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법을 비롯해 법인세법, 재정법 등 다양한 세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김성수(더불어민주당), 김성식(바른미래당), 박선숙(바른미래당), 박영선(더불어민주당),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세 도입 무엇이 문제?

▷현실적으로 매출 자료 확보 쉽지 않아

국회에서 준비하는 구글세 도입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법 개정, 또 새롭게 디지털세 도입이다.

우선 박영선, 김성수 의원은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서 세금을 거두는 일명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무형자산으로 수익을 거두는 IT 기업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5년 부가가치세 개정을 통해 이런 해외 IT 기업들이 간편사업자로 신고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인 세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박영선, 김성수 의원의 입장이다. 두 의원은 국정감사 이후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물론 디지털세 도입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다국적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번 돈을 세율 낮은 나라로 이전해 조세를 회피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BEPS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막고자 한다. BEPS 프로젝트는 OECD 국가 간 적극적인 정보 교환을 통해 다국적 기업 조세 회피를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국가 간 공조가 여의치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은 BEPS 프로젝트를 대신해 ‘디지털세’를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도 EU 움직임에 맞춰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디지털세 도입 과정에서 미국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과세를 진행하려면 미국과 조세조약을 손질해야 하는데 만만찮은 작업이다.

또 다른 방법인 법인세 인상이나 부가가치세 손보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IT 기업이 한국에서 얼마만큼 매출을 올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용역 수입이 과세 대상에 빠져 있다. 전자적 용역의 범위도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IT 기업들의 매출 범위를 가늠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에도 유야무야?

▷국내 매출 공개 강제화 방안 마련이 관건

외국계 IT 기업에 대한 구글세 도입은 끊임없이 논의됐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번에도 두 가지 선결 조건 중 하나를 실현하지 않으면 논란만 일으키고 그대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조건 중 하나는 외국계 IT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는 방법이다. 이들이 자진해서 국내 매출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과세가 쉽지 않다. 물론 이 방법에 대해 외국계 IT 기업이 응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등 해외 IT 기업의 한국법인은 단 한 번도 자사 매출을 공개한 적이 없다. 지난 2017년 국회에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한 해 매출이 얼마나 되느냐”라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시종일관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매출 공개가 어렵다 보니 세금 책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는 강제로 매출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다.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징수 의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은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한다. 유한회사는 기업 정보에 대한 공개 의무가 없다. 외국계 유한회사가 외부감사를 받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시 의무는 없다. 감사 대상 선정 기준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전문가들은 구글세 도입을 위해 유한회사의 공시 의무화를 담은 ‘외감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지난번 외감법 개정안에는 유한회사 외부감사를 허용했지만 ‘공시 의무는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전 세무학회장)는 “외부감사는 하되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감사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다. 외부감사에 따른 공시는 규제가 아니다. 기업은 정확한 기업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지난 1년간 경영 성과를 공개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기업활동을 저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시를 철저히 하는 국내 기업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은 국내에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실적 등을 감추고 있어 회계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한회사 공시 의무를 강화하지 않으면 구글세 도입이 실정법상 불가능하다. 자칫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무역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세당국이 좀 더 치밀하게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법리를 개발해 과세 주권을 지켜야 한다.” 한 회계전문 변호사의 의견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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