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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 단계 도약한 한국 낙농업-쌀 대신 유제품 선호 뚜렷…친환경 낙농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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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국내 낙농업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분뇨를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자연 순환 방식으로 친환경 낙농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낙농진흥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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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희영 씨(29)는 하루 세 끼 식사 중 밥을 선택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

아침은 식빵 토스트 2쪽과 우유 1팩을 즐긴다. 이때 먹는 식빵에 약 25g의 우유가 들어 있다. 200g 우유 1팩을 포함하면 박 씨의 아침식사 중 우유 섭취량은 225g이나 된다. 점심 때 유일하게 직장 동료와 밥을 먹는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어떤 메뉴를 고르든 밥은 반 공기로 줄여 먹는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은 필수.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박 씨의 선택은 주로 카페라테다. 여기에 우유가 100g 들어간다. 저녁은 친구를 만나 파스타 같은 면류를 즐긴다. 파스타 1인분에는 일반적으로 우유 100g과 치즈 10g이 포함된다.

박 씨의 통상적인 식단을 따져 보면 쌀보다 유제품 섭취량이 많다. 박 씨는 하루 통틀어 쌀을 100g, 유제품을 435g(아침 225g, 점심 100g, 저녁 110g) 섭취한다. 유제품 소비가 쌀의 4배 이상이다. 박 씨 식단은 한국인 필수 식품으로 우유가 쌀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출산율이 떨어지며 우유 소비량이 함께 감소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 식단에서 유제품이 밥을 빠르게 대체하는 때문이다.

1987년 34.2㎏이었던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79.5㎏까지 불어났다. 30년 만에 133% 증가한 수치다.

생산량 증가 폭을 살펴보면 시유(市乳·우유) 다음으로 발효유가 컸다. 1987년 19만2000t에서 2017년 56만1000t으로 생산량이 191% 증가했다. 전체 유가공품 생산량 23.9%에 해당한다. 1인당 연간 섭취량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2.5% 늘어났다.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8245회나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떠먹는 요구르트’는 연간 70개로 5일에 1개씩, ‘마시는 요구르트’는 연간 36개로 10일에 1개씩 소비됐다. 발효유가 건강식품으로 인식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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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국 낙농산업

▷낙농진흥회 설립 뒤 6차 산업으로 진화

우유와 유제품 소비가 활성화한 데는 낙농진흥회 역할이 컸다. 1995년 수입자유화 이후 유제품 수입이 급증하자 한국 낙농업은 수입이 쉽지 않은 백색시유 생산으로 위축됐다. 설상가상 생산이 수요를 계속 넘어서며 심각한 수급 불균형까지 생겼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낙농진흥법이 개정됐고 ‘우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1999년 낙농진흥회가 설립됐다.

낙농진흥회는 원유 생산량과 소비량을 파악하고 원유와 유제품 수급 계획을 세운다. 원유 구입과 분류 과정에서 가격을 차등화해 맞춤형으로 판매한다. 또한 선진 낙농 기술을 보급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며 낙농가의 소득 증대를 돕는다. 팽팽하게 입장 차이를 보이는 낙농 단체와 유업계 간 주장을 조율하고 원유 가격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낙농진흥회 역할이다.

낙농업 마케팅도 낙농진흥회의 주요 업무다. 그간 낙농진흥회는 우유와 유제품 소비를 촉진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활동을 다양하게 펼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부터 운영하는 낙농체험목장 인증제도다. 이는 우유 짜기, 쇠꼴 주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치즈 만들기 등 직접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며 낙농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 용인, 전남 무안, 경남 하동에 이르는 전국 33개 낙농체험목장이 낙농진흥회에서 인증받은 목장이다.

▶친환경 낙농시대 본격화

▷분뇨를 비료로 활용하며 자연 순환

국내 낙농업은 1902년 우리나라 젖소 원종인 ‘홀스타인 젖소’ 20마리에서 출발했다. 낙농산업으로서 의미를 갖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다. 젖소 사육 마릿수는 1962년 2000마리에서 1971년 3만마리, 1980년 20만7000마리, 1990년 50만4000마리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낙농 농가는 전국 6596개 목장에서 40만9000마리 젖소를 기른다. 가구당 62마리로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2위다.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사람과 가축, 땅과 사료가 공존하는 자연 순환 농업기술은 낙농 선진국이 주목하는 한국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직장인 이상훈 씨(48)는 벌초를 위해 고향 용인을 방문했다가 주변 목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년 시절에 봤던 축사와 크게 달라져서다. 과거 불쾌하게 여겼던 매캐한 악취, 분뇨, 파리, 오폐수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축사 바닥은 높은 천장과 살구색 톱밥이 넓게 깔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오가고 있었다. 우유를 짜는 착유실에서 사람 대신 기계가 자동으로 젖을 짜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처럼 목장과 축사가 쾌적해진 것은 분뇨와 오폐수가 별도의 처리시설로 보내져 다시 초지에 뿌려지는 자연 순환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다.

용인 목장뿐 아니다. 낙농가 조합인 낙농축협 단위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자연 순환이 이뤄진다. 낙농축협 대부분 생산 우유의 2배 이상 발생하는 분뇨를 가공 처리해 사료 재배단지에 뿌려준다. 사료단지에 뿌려진 분뇨는 양질의 비료로 변해 옥수수 등의 풀로 자란다. 이런 풀은 또다시 젖소 먹이로 사용된다. 말 그대로 자연 순환 과정을 거듭하는 셈이다.

낙농진흥회 측은 “축산업과 농업의 공존으로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부산물이 에너지화된다. 낙농업의 자연 순환 과정이 골칫덩이였던 분뇨를 자원화하고 땅을 비옥하게 만들며 환경을 보호한다. 한국 낙농업의 친환경화 프로세스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잠깐용어 *국제낙농연맹(IDF·International Dairy Federa tion) 1903년 발족해 세계 낙농보호·이해를 대변하는 낙농 분야의 유일한 국제기구다. 낙농 전문가가 낙농 과학, 기술위생 분야 연구·자료집을 발간한다. 현재 세계 5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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