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사건 관계자와 사석에서 접촉 금지' 공정위, 지침 만들어 놓고 4년간 방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2년 위원장 결제까지 받아… 국감 지적에 2016년 뒤늦게 시행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공정위 위원은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건 관계자와 심판정이 아닌 사석(私席)에서 만나선 안 된다'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마련해 놓고도, 수년간 이를 시행하지 않고 사(死)문서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가 지침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비리 사건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비판이다.

14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측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2년 6월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의 면담 기준 마련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해 위원장 결제까지 받았다. 공정위는 총 5가지 조항으로 되어 있는 '공정위 위원의 면담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문건에 첨부했다. 지침에는 공정위 위원들이 사건 관계자를 심판정 아닌 곳에서 만나선 안 되며, 부득이 만나게 되었을 경우 보고 의무 등을 담고 있다. '공정위 위원'이란 공정위가 기업 사건을 조사한 후 처벌을 내릴 때 개최하는 전원 회의의 구성원을 뜻한다.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 공정위 소속 공무원인 상임위원 3명, 외부에서 초빙된 경제학자, 법학자 등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전원 회의는 이들의 다수결로 의결한다.

공정위는 그러나 2016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공정위 위원의 면담에 관한 지침'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해마다 "대기업, 로펌, 공정위 퇴직자 출신들이 공정위 공무원들을 만나 사건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정위가 '향후 개선책'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지상욱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있는 지침을 없는 것처럼 속이고, 같은 내용의 새로운 지침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당 지침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되지 않는 일종의 '양해 각서'였을 뿐 지금처럼 위반 시 처벌이 따르는 규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준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