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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추석·재정덕에 최악 면했는데…정부 "고용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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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법 없는 고용대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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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통계는 최악의 고용대란은 모면했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7월과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00명과 3000명에 그치면서 9월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4만5000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도감이 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취업자 수 마이너스 공포'에서 겨우 벗어난 것을 두고 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통계청이 12일 지난달 고용동향을 발표하자 정부 고위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자리 질 측면에서도 상용직 근로자의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개선 추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9월 고용동향 관련 제10차 정책점검회의'에서 "상용직 근로자 증가폭 확대, 청년고용률 상승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취업자 수가 7·8월에 비해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통계를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4만5000명으로 증가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추석연휴 효과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9월 말로 옮겨지면서 추석을 앞두고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다. 특히 고용통계에 대한 조사가 매월 15일 전후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난달 22일 시작된 추석연휴를 앞두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크게 늘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통계에서 보건업, 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13만3000개나 증가하고,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일자리도 2만7000개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통계 작성을 담당한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도 브리핑에서 "올해 앞선 달 수치와 비교해도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세 번째로 낮다"며 "여전히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고 총평했다.

특히 고 제1차관이 언급한 청년 취업자와 청년 고용률 상승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청년층(15~29세)의 실질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7%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고용보조지표는 취업 상태를 집계하는 통계 원칙과 민간 인식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고안된 지표다. 기존 집계 방식에서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던 상당수 구직자가 고용보조지표3에는 실업자로 포함된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원서 지원 등 실질적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고용지표와 고용보조지표가 엇갈렸다면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보다 아르바이트생, 지원도 하지 못하고 공부만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등이 늘어났다는 뜻"이라며 "통계 착시에 의해 고용 상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취업자가) 크게 감소해오던 제조업이 9월에는 감소폭이 다소 축소됐다"는 이 장관의 언급에 대해서도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제조업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단순히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의 발언은 통계청이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제조업 가동률 수치가 개선된 것을 놓고 "구조조정이 많이 진행돼 제조업 생산능력이 약화됐다. 이로 인해 가동률 수치의 분모 부분이 낮아진 결과"라고 해석한 것과도 상반된다.

이번 고용통계에서 다시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 직종·산업의 일자리가 지난달에도 대거 사라졌다는 점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지난 9월 593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9월 기준)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일자리 감소폭은 올해 들어 6월을 제외하면 매달 역대 최대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산업의 고용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도 13만명 줄어 전반적인 고용 악화를 재확인했다. 단순노무직 일자리도 전년 동기 대비 8만4000개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반면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야 할 30·40대 일자리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만3000명이 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는데, 이를 단순히 노인들의 활발한 경제활동 덕분으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달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4000명, 40대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줄었다. 30·40대 일자리는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역대 최대로 나타나 우려를 키웠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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