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자녀, 생후 7개월에 유전질환 진단…보험사 '면책사유'라며 지급 거절
법원 "증상 없는 유전자 결손만으로 '발병' 단정 어려워…보험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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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질병의 증상이 없었다면 선천성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선천성 질환의 기준을 두고 보험사와 계약자가 다툰 소송에서 계약자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3월 H보험사에 태아 보험을 들었다. 지체 장애 등으로 1급이나 2급 장애인이 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약이었다.
그해 10월 A씨는 자녀를 출산했다. 아이는 태어날 때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생후 7개월 무렵 목을 가누는 힘이 줄어들어 병원을 찾았다가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 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 질환이다.
A씨의 자녀는 병원에서 지체 장애 진단 결과를 통보받은 뒤 1급 장애인으로 등록됐다.
A씨는 이후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A씨 자녀의 질병이 유전 질환인 만큼 계약에서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는 선천적 질환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보험사의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법원은 "'선천적'의 사전적 의미는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라며 "선천적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발병해 있는 질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자녀는 정상아로 태어나 생후 7개월에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며 "아이의 질병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이라 해도 태어날 때부터 발병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선천적 질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결손이 있었던 이상 선천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질병의 증상 없이 유전자 결손만으로 바로 척수성 근위축증의 질병이 발병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논문에 의해도 영아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다를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며 보험사 주장을 배척했다.
보험사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4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대법원 사건에서 2심 판결이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판단 없이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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