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건물주, 공실 늘자 임대료 내려…상인들 임대료 인하 동참 요구
공실 없이 상권 활성화되는 게 상생 방안
용강동 상점가 상인회에서 건물주들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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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상가 임대료를 인하해주신 상가 건물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용강동 건물주님!! 어려운 경기에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 인하에 동참 부탁드립니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건물 임대료 인하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상인회 차원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건물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것.
12일 마포구 용강동 상점가 상인회 등에 따르면 이 동네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보증금을 제외한 임대료 수준이 작년 300만~380만원 수준에서 최근 220만~250만원으로 20~30% 하락했다. 내수 경기 침체에 최저임금 인상과 재료비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임차인들이 하나둘 떠나자 건물주들이 고육지책으로 임대료를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임대료를 내린 용강동 내 사거리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보면 1층에 있는 총 24개 점포 중 3개가 공실 상태로 새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다. 몇 개 점포는 임차인이 계속 바뀌어 새로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습이다.
용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모습. 빈 점포에 상가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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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마포 인근 직장인 등의 수요가 꾸준하던 용강동 일대 상점들의 매출은 1년 전보다 30% 이상 줄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전언이다. 갈비집을 운영하는 이재훈 용강동 상점가 상인회장(57)은 "이 일대 식당의 95%는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줄고 저도 매출이 30~40% 줄었다"며 "20년간 이 동네에서 장사했는데 요즘이 제일 어렵고 거의 고사 직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됐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이후 지난 5월부터 매출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며 "당초 용강동 일대에 공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용강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황광철(64)씨도 "부부가 함께 일해 그나마 견딜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휴일에도 쉬지 않고 매일 오후 5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데 인건비를 책정하면 이익이 남지 않는 수준"이라고 읍소했다. 그는 이어 "재료비도 2014년 문을 열었을 때보다 두 배나 뛰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상인회가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를 직접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임대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도 안 됐는데 요즘은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한다"며 "임대료 인하가 공실도 발생하지 않고 상권도 죽지 않아 건물주들도 살 수 있는 상생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훈 용강동 상점가 상인회장. 음식문화축제를 앞두고 인근 상인들과 함께 거리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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