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불가리아 여기자 빅토리아 마리노바[EPA연합뉴스] |
올해 43명 이상 타살 …17명은 의문사
최근 증가추세…미ㆍ유럽에서도 발생
언론자유 위축 우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대낮에 영사관에 들어갔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걸어나오지 못했다. 불가리아 여기자 빅토리아 마리노바는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올해 사망한 언론인 4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명이 암살당하는 등 세계 언론에 ‘죽음의 한해’가 되고 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 실종됐다. 터키 당국은 그가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단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에는 마리노바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채 발견됐다. 마리노바는 유럽연합(EU)의 자금과 관련 정치인, 기업인들의 부패 의혹을 취재해왔다. 정부는 그가 무차별 폭력에 의해 희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마리노바와 함께 일했던 언론인들을 경찰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동유럽 슬로바키아의 탐사보도 기자 잔 쿠치악이 총을 맞고 숨진 채 자택에서 발견됐다.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지역 신문사 캐피털 가젯에서 괴한의 공격으로 기자 5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 10일 불가리아 루스에 살해된 여기자 빅토리아 마리노바를 추모하기 위한 꽃이 놓여져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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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뉴욕타임스(NYT)는 “올해는 언론인들에게 죽음의 해였다”며 “대체로 미국, 유럽에서는 언론인들이 살해되는 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같은 분쟁 지역에서 사망하는 언론인 숫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유럽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언론인들이 살해되는 등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국제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올해 최소 43명의 언론인이 업무와 관련해 타살됐다. 또다른 17명은 의문사했다. 지난해는 총 46명이었다.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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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J는 언론인 사망 사건은 10건 가운데 9건꼴로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인권단체는 물론 미 의회까지 나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2개 인권 단체는 유엔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 기고를 통해 사우디 실세 모함마드 반살만 왕세자의 정책, 사우디의 예멘 개입 등에 대해 비판해왔다. 그는 체포를 두려워해 미국으로 자진 망명했으며, 터키 출신 약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영사관에 들렀다 실종됐다.
미 의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사우디 간 군사적 관계도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상원외교관계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법’에 따라 사법절차에 따르지 않은 살해, 고문, 인권침해 책임자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1100억달러 규모의 군사장비를 사들이고 있고 이는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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