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ESC] MSG 많이 든 음식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고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명절 쇠고 몸이 허했던 걸까요. 요즘 마라우육면에 꽂혀 지냅니다. 남쪽 입맛대로 제피 맛 알싸한 도삭면도, 토마토가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는 중국 동북식 탕면도 좋아요. 평소에는 부부가 함께 아이를 보는데 이번 주말에는 나 혼자 집을 빠져나와 한 그릇을 먹고 들어왔어요. 아이야 미안하다, 아빠는 소고기 국물에 영혼이 팔렸나 보다. 국물의 감칠맛 가운데 어디까지가 엠에스지(MSG)의 몫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원 광고가 최근 입길에 오르내려요. 미원을 쓰면 소를 살린다, 닭을 살린다, 이런 카피로 관심을 끌었죠. 반응은 다양. 재미있어하는 사람도 질색하는 사람도 많네요. 오늘은 엠에스지 문제를 다루고 싶어요. 미원에 고마울 일도 섭섭할 일도 없는 처지라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제가 아는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려고 해요.

① 엠에스지를 위한 변명 : 혓바닥에 감칠맛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돋아있다는 사실은 21세기에 알려졌지만, 그전에도 인간은 싸고 질 좋은 감칠맛을 얻고자 노력했죠. 20세기 초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나트륨을 인공적으로 농축하는 데 성공. 엠에스지의 탄생이었습니다. 고기를 안 쓰고도 고깃국물 맛을 낼 수 있다니, 채식하는 사람들이 반길 일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엠에스지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② 변명에 대한 반감 : 첫째로 엠에스지 음식이 해롭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지만요. 엠에스지를 싫어하는 둘째 이유는 오늘날 화학물질에 대한 반감 때문일 겁니다. 채식하는 사람 가운데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분과 가끔 만나게 됩니다. 셋째로 반기업 정서도 한몫한다고 봐요. 엠에스지 자체는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도, 조미료 기업이 힘을 썼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요.

③ 반감에 대한 반론 : 엠에스지에 대한 반감은 과학적 근거도 없고 배경도 수상하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작가 톰 닐론은 <음식과 전쟁>이란 책에서, 엠에스지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밀어준 쪽이 거대한 소고기 사업자들이라고 의심하지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20세기 최대의 음모인 셈입니다. (이 이야기를 냉면에 관한 이전의 칼럼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한편, 엠에스지 제조사끼리 1970년대에 서로 화학물질을 쓰고 있다며 헐뜯는 광고를 하는 바람에 부정적 이미지가 널리 퍼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④ 변명에 대한 반감에 대한 반론에 대한 의견 : 그렇다고 엠에스지에 대한 반감을 근거가 전혀 없는 미신이라고 몰아세울 생각은 없습니다. “엠에스지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몸에 뭐가 난다”고 하는 분을 가끔 만나지요.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이래요. 좋은 재료를 쓰는 음식점은 엠에스지를 넣긴 넣되 많이 넣지는 않겠지요. 나쁜 재료를 쓰는 가게는 엠에스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테고요. 그러니 엠에스지를 많이 쓰는 음식을 사 먹으면 두통이거나 두드러기거나 탈이 날 가능성이 크겠죠. 엠에스지 때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끝으로, 톰 닐론이 시사한 ‘소고기 업계의 음모’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정부에도 압력을 넣는 미국의 소고기 업계. 모를 일이죠. 나중에도 밝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거대한 식품산업의 그늘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무척 많습니다.

한겨레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