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핀클 지음, 살림 펴냄
2013년 4월의 어느날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 불리는 한 남자,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체포됐다. 무려 27년 동안 미국 메인 주의 숲 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1,080건의 절도 행각을 저질렀던 그는 한때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범죄실화를 다루는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높였던 저자는 슬럼프에 빠져 휴직하던 중 나이트의 기사를 접하며 묘한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다. 그리고 무작정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그에게서 답신이 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책은 아홉 번의 교도소 면담과 재판 참관, 그의 은둔처이자 야영지가 있던 메인 주 답사, 가족과 절도 피해자, 그를 체포한 경찰까지 140여명을 인터뷰하며 완성됐다.
그러나 이 책은 범죄인과 나눈 단순한 취재기가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저자는 숲에 있어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나이트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 사회를 고발하고 사회적 교류를 멈추지 않았던 ‘월든’의 소로보다 그가 진정한 은둔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스스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거나 인간관계에 지쳐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높아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장애, 또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나이트의 발자취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1만4,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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