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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이종석 카드' 접는 한국당…물귀신 전술로 바꾸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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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향' 김기영 후보자 거취 압박용인 듯… 민주당 "물귀신 작전이냐"

헌법재판관 9명 중 국회가 선출권을 가진 3명의 충원이 지연돼 헌법재판소가 거의 한 달 가까이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 후보자 ‘카드’를 사실상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후보자 낙마를 위해 자기네 당이 추천한 후보자마저 내던지는 일종의 ‘물귀신’ 전술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계일보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들. 왼쪽부터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서울고법 부장판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당 "재판관 후보자들 부적격… 새로 시작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11일 헌재를 상대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와 (한국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 두 분 다 위장전입 경력 등 공직후보자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부적격으로 봤고 그래서 ‘새로 시작하자’고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국회 선출 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한국당 반대로 본회의 표결은커녕 청문보고서 채택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표현은 다름아닌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와 한국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 둘 다 청문회 등 인사검증 과정에서 과거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김 후보자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등 김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이란 점이 ‘코드사법’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주 의원의 말은 김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둘 다 부적격으로 판정해 낙마시키고 새 후보자들을 물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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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이영진 후보만 먼저 임명해 임시 '7인체제' 구축?

현행법상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적어도 7명은 돼야 평의(評議)를 열고 사건을 심리해 위헌 또는 합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재판과 직접 관계가 없는 헌재 운영에 관한 행정사항 의결을 위한 재판관회의 역시 재판관 정족수가 7명 이상은 돼야 소집이 가능하다. 결국 헌재소장과 재판관을 더해 모두 6명뿐인 지금의 체제 아래에선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헌재’에 불과할 뿐인 셈이다.

만약 김기영·이종석 두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새 후보자를 물색해 재판관으로 임명하려면 적어도 1개월가량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 동안 헌재는 계속 지금처럼 기능이 마비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한국당이 내놓은 대안이 국회 몫 재판관 3석 중 1석만 먼저 채워 일단 헌법재판관을 7명으로 만들어놓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의 개최와 재판관회의 소집이 가능해져 헌재가 사건 심리도, 각종 행정사항 의결도 할 수 있게 된다. 주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 후보자를 일단 (재판관으로) 올려서 (7인체제 헌재를) 구성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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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왼쪽 4번째)이 9월21일 취임식을 마친 뒤 헌법재판관 5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애·서기석·이석태 재판관, 유 소장, 이은애·조용호 재판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주당 "물귀신 전술도 아니고… 빨리 표결하자"

헌재 입장에선 재판관 1명이 일단 충원돼 7인체제가 되면 사건 심리나 행정사항 의결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제안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재판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뒤 새 인물을 찾는다면 재판관이 공백사태가 더욱 장기화한다는 점에서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일부 여성이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낙태죄 헌법소원사건처럼 민감한 사안에서 재판관 9명 완전체가 아닌 7명이서 위헌 또는 합헌을 선고한다면 결정의 정당성이나 권위가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여당인 민주당은 재판관 후보자 3명의 청문보고서를 조속히 채택하고 국회 본회의에 선출안을 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자기네가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 카드를 접음으로써 민주당 측 김기영 후보자도 함께 낙마시키려는 ‘물귀신’ 전략을 쓰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김 후보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만 하면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표를 더해 통과가 가능한 만큼 이종석 후보자 거취와 연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청문회까지 진행됐는데 이제 표결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며 “모든 절차는 표결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훈·박진영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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