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공개한 서초구 내부 문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병동) 별도 건립 저지대책’에는 “관련부서 및 주민 등과 협업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도시계획단계 전에 저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문서는 서초구 의료지원과에서 작성한 것이다.
서초구는 주민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도시계획과, 건축과 등 서초구 내 관련 부서를 총동원해 감염병센터 건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용도변경) 입안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고 기 의원은 지적했다.
기 의원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서초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서초구청 문화행정국 자치행정과가 맡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2018년 대한민국에서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서나 볼 성 싶은 관치의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서울시 차원의 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원지동에 국립중앙의료원이 들어서면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국가 재난 대응과 공공의료 지원 등에 큰 도움이 된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고, 2014년 서초구 원지동으로의 이전이 최종 결정됐다. 이후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국립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했고,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국립의료원에 감염병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권을 가진 서초구가 감염병센터 건립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서초구는 최근 복지부, 서울시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염병센터 설치 후) 어떤 감염병이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추진이 불가할 것이며, 서초구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경향신문 9월11일자 11면 보도). 서초구 관계자는 “감염병센터 건립은 당초 국립의료원 이전 협약에 없었던 사항”이라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 의원은 대표적인 지역 이기주의 사례로 판단했다. 기 의원은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염병전문센터가 필수적”이라며 “복지부가 지역 이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중심을 잡고 감염병센터 건립에 대한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염병센터 설립에 서초구가 반대하는 것과 관련,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의료원과 감염병센터를 분리할 수 있느냐’는 기 의원 질문에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면서 “감염병센터가 들어오면 (감염병) 창궐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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