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초청된 미키 데자키 감독
다큐 '일본군 위안부의 주 전장' 선보여
미국에서 자란 일본계 미국인
유튜브로 인종차별 등 일본사회 비판
태국에서 승려 생활 뒤 다큐제작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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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 부산영화제에서 총 세차례 상영 중 12일 마지막 상영이 남아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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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일본사람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좋은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더는 사과는 필요 없다고 여깁니다. ‘위안소가 합법적이었고, 이미 사과했다’는 정부 말을 믿으니까요. 한국과 일본이 다시 화해하려면 역사에 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이해가 열쇠에요.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올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을 선보인 일본계 미국인 감독 미키 데자키(35)의 얘기다. 그의 첫 영화인 이 다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그 지지단체?학자들뿐 아니라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 자민당, 극우 여성단체 나데시코 액션, 친일파 미국인 토니 머라노 등의 심층 인터뷰를 실었단 점이 눈에 띈다.
다큐에 나온 일본 우익들은 피해 할머니들의 부정확한 진술을 공격하며 “위안부는 있었지만 ‘성노예’는 아니었다. 스스로 원치 않았을지 몰라도 부모들의 빚을 갚기 위해 일한 것이니 한국 내 가부장제도가 문제다. 미국 등지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는 중국의 사주가 있었다”고 거듭 주장한다. 인권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대립으로 몰아가는 이들의 맹목적이고 모순된 논리는 역설적으로 그 저의를 의삼하게 하는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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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미키 데자키 감독. 유튜브에선 '눈알 선생(Medama Sensei)'이란 계정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발언하고 있다.[사진 BIF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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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년간 태국에서 승려로 지내다 일본에 돌아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자신처럼 우익세력이 공격했던 이들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 사례가 위안부 증언을 처음 보도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였다. 감독은 “일본 우익은 왜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하는지 궁금해 조사해보니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가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며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발견하고자 30명가량을 인터뷰했다”고 했다. “처음엔 일본 우익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다른 학자?역사가들을 만나며 인도주의적 관점에 눈뜨게 됐다”면서 “선입견 없이 취재한다는 게 쉽지 않았고 편집도 힘들었지만, 단 몇 명의 관객이라도 제가 거쳤던 과정에 따라 생각이 바뀌길 바라며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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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에 얽힌 갈등 배후엔 일본 극우세력과 미국이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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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는 “우리 후손을 생각해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말이 인용된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에도 적용된다. 7일 데자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기억의 전쟁'을 선보인 이길보라 감독과 공개 대담을 가졌다.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양민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데자키 감독은 “한국 사람들이 봐야 할 영화”라면서 “공격받을 것을 알면서도 자국의 과오를 마주한 이길보라 감독이 매우 용감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허경 프로그래머는 이번 다큐에 대해 “제작 과정에서 일본 우익의 위협을 받으며 감독이 목숨 걸고 만든 작품”이라 귀띔했다. 이에 데자키 감독은 “사회나 사람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의사를 준비하던 중 태국에 가서 승려로 지내며 명상을 공부하게 됐다”며 “죽음에 관한 명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은 삶의 길이와 무관하다는 걸 깨달았다. 목숨을 걸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영화를 보다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에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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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여러 증언이 '거짓'이라 주장해온 일본 보수당(자유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스기타 미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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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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