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창과 방패의 싸움… ‘적폐’ vs ‘신적폐’ 구도 여전히 유효
법사위, ‘김명수 원장 직접 답변’ 野 요구에 파행
국토위, 신창현 증인 채택 무산에 野 피켓시위
황창규·김범수, 증인석에…선동열·벵갈고양이도 국감장에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 중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장(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문재인정부 2년 차 국회 국정감사가 20일간의 일정으로 막이 올랐다. 올해 국감은 현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첫 국감이기에 야당은 첫날부터 국정 전반에 관한 날 선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여당은 견제·감시보다는 엄호에 주력하며 정부 방패역할을 자임, 여야가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했다.
국감 첫날은 10일 13개 상임위가 국회와 세종정부청사 등지에서 국감을 벌였다. 파행을 빚은 건 법제사법위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관례상 모두발언만 하고 퇴장하던 대법원장을 향해 직접 감사 질의에 임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김명수 원장에 2017년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공보관실 운영비의 유용 의혹을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부 수장이 공금을 쌈짓돈처럼 썼으니 직접 국민에 답변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좌편향 인사를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고 ‘법의 날’엔 청와대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삼권분립 존중 차원에서 대법원장은 국감 때 직접 질의에 답하지 않은 관례를 따라야 한다”며 “정치편향 주장에 답하면 사법부도 정치판에 뛰어드는 결과가 된다”고 맞받았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중재로 김 원장이 마무리 발언만 하기로 하자, 반발한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국감은 일시 중단됐다.
문화체육관광위에선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판이 다시 터졌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향해 “문재인정부가 ‘캠코더 인사’를 낙하산으로 꽂아 문화예술계를 장악하려는 것 아니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문체부 산하 33개 공공기관 중 새로 임명된 임원의 31% 정도가 캠코더 인사”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에선 문재인정부의 ‘신적폐’ 실상을 들추겠다고 별렀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시절의 ‘적폐’도 여전히 국감 이슈였다. 법사위에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실명을 총정리한 ‘사법농단의혹사건 인명사전’을 만들어 꺼내들었다.
문체위에선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관련, 문체부의 관여자 징계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선교 한국당 의원은 “조사 대상을 왜 이명박·박근혜정부에 한정짓느냐”고 도종환 장관에 따지기도 했다.
외교통일위의 외교부 국감에선 강경화 장관의 북한에 대한 ‘5.24 해제 조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5.24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했지만, 오후엔 “관계부처는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물러섰다. 이에 “왜 주무부처도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함부로 발언하느냐”(김무성 한국당 의원) 등 야당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국감의 경우, 증인이 없는 대신 야당의 피켓 시위만 있었다. 정부 부동산 신규택지 자료 유출 논란을 빚은 신창현 민주당 의원 등 한국당에서 요구한 증인이 모두 채택 불발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에 ‘개발정보 불법유출’ ‘증인채택 협조하라’ 등의 내용을 담은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며 여당에 항의를 이어갔다. 아울러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그간 내놓은 부동산대책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정책 실패’로 규정했지만,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측은 박근혜정부 책임론으로 맞받았다.
눈길을 끈 이색 증인도 있었다. 문체위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팀 대표선수 선발 논란과 관련해 선동열 감독이 불려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엔 황창규 KT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각각 보편요금제, 가짜뉴스 유통 대책 등에 관한 질의에 답하기 위해 출석했다. 정무위에선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사살 문제를 따지겠다며 벵갈 고양이를 국감장에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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