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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현장에서] ‘블랙홀’이 된 국감, 국회 멀티플레이는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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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10일 현재 국회 최대 현안은 단연 국정감사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일부터 20일간 각 상임위원회별로 열린다. 이 기간동안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사무처 직원들은 ‘탄력적 근무’가 불가피하다. 매년 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에는 의원회관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국회 출입기자들의 메일함은 의원실에서 보내온 자료들로 넘쳐난다.

의원 1년 활동을 이때 몰아서 한다는 우스개 얘기가 나올 만큼 의원들이 국감에 전념하는 것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가장 좋은 장(場)이 서기 때문이다. 상임위 사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와 문제제기는 의원들의 이름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의원 입장에서는 다른 국회 현안들보다도 국감에 올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국회가 국감에 매몰되면서 시급한 현안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국회가 스스로 정한 법률까지 위반하면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면 다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그 단적인 예가 각종 특별위원회 구성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개혁특위는 그 구성을 놓고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애초 여야는 지난 7월 10일 정개특위 등 6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할 때 위원회 구성을 ‘민주 9명ㆍ한국 6명ㆍ바른미래 2명ㆍ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정의) 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별세하면서 여야는 ‘민주 8명ㆍ한국 6명ㆍ바른미래 2명ㆍ비교섭단체 2명’으로 다시가닥을 잡았다.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1명으로는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들어가기로 한 만큼 남은 비교섭단체 1명을 누가 추천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위원을 9명에서 8명으로 양보한 만큼 나머지 한자리는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심상정 의원이 진보 성향인 만큼 한국당이 나머지 1명의 교섭단체 의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가 법정 정개특위 인선 시한과 선거구획정위원 위촉 시한을 모두 넘겨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가 오히려 법을 어긴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위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5일 이내에 구성하도록 돼 있다. 7월 26일 본회의 의결 이후 이미 77일이 지났다. 입법기관이 자신이 제정한 법을 무시하고 본회의 의결도 무시하며 엿장수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정개특위 출범이 지연되면서 선거제 개편은 차치하고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공직선거법 제24조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나 특위는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개월의 열흘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선관위는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선거구획정위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2020년 4월 15일이 21대 총선일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2018년 10월 5일까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하고, 10월15일부터 선거구획정위가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소관 특위인 정개특위가 구성되지 않아 선거구획정위원 위촉은 이미 정해진 시한을 넘겼고, 기한 내 선거구획정위 출범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할 사법개혁특위 구성도 쟁점이다. 여야는 사개특위를 비교섭단체 2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2명 중 1명은 지난 7월 여야가 합의한 대로 평화당 의원이 들어가야 하고, 다른 한 명은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범진보 9명ㆍ범보수 9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이 1명, 한국당이 1명을 각각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남북경제협력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남북경협특위 역시 사개특위나 정개특위와 마찬가지로 입법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당초 합의 사항과 다르다며 절대 불가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시점도 여야가 시급히 풀어야 할 사안이다. 지난달 11일 국회에 제출된 지 한달이 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메아리 없는 아우성’에 그치고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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