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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최영록의 내 인생의 책]③누비처네 - 목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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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대로 산 무명의 수필가

경향신문

목성균, 이름 석 자가 조금은 생소하리라. 늦깎이 문학공부로 57세에 ‘수필문학’을 통해 등단, 8년여 동안 주옥같은 수필 100여편을 남겼다. 2003년 펴낸 유일한 수필집 <명태에 관한 추억>이 문예진흥원 우수문학작품집에 선정됐을 뿐 무명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2010년 출간된 수필전집에 실린 ‘누비처네’로 대한민국 최고의 수필가로 우뚝 섰다면 지나친 말일까. 아니다. ‘자자(字字) 비점(批點), 구구(句句) 관주(貫珠)’라는 상찬처럼 101편 편편이 비점이고 관주인 것을 어이하랴. ‘수필의 본보기’다운 몇 편만을 우리에게 깜짝선물로 안기고, 그는 아쉽게도 이 세상을 떠났다. 글은 곧 자신의 얼굴, 삶은 곧 그 사람.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듯, 속이 다 보이는 투명한 물고기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처럼 한 삶을 살다 갔다. 착하고 또 약했던 사람, 오직 애린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물에 대한 빈틈없는 애정을 지닌 채, 사색의 물꼬를 따라 부단히 다듬고 연결하는 산고 끝에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준 고마운 사람.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도,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하는 은근함도 있다. 탄탄한 구성은 아마도 그의 수줍으나 되새김질을 수없이 한 ‘속생각’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농부들의 정서 그리고 산생활 생업에서 느낀 생생한 체험들을, 감수성의 내공이 얼마나 깊기에 이렇게도 잘 묘사할 수 있었을까. 흙속의 진주. 오죽했으면 어느 평론가가 ‘수필계의 기형도’라 했을까. ‘강아지똥’을 시작으로 동화의 새 장을 열었던 권정생님의 깨끗한 삶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누비처네’를 비롯해 ‘명태에 관한 추억’ ‘생명’ ‘돼지불알’ ‘아버지의 강’ ‘배필’ ‘등잔’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등 그의 절창은 넘치도록 즐비하다.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최영록 | 한국고전번역원 홍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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