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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고]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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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하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정책수립과 결정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타당성 확보이다. 요구도(need assessment)를 파악하고 그간 추진된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여러 대안을 실현가능성, 소요재정과 구체적 확보방안, 운영과 결과평가 등의 측면을 고려하여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책수립과 실행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와의 긴밀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 주관의 국가 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를 거쳤지만, 이번 발표가 의학교육을 비롯한 의료계와의 사전 논의도 없이 복지부와 일부 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책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경향신문

정부는 지역의료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본의 자치의과대학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전문과목에 특화된 교육보다는 종합진료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공공기관 의사 부족, 특정 의료분야 기피로 인한 인력수급 문제, 전염병 관리 등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이 목적인 우리의 공공의료대학 설립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호주는 취약지역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기존 의과대학에 일정 정원을 배정,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지정된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MRBS(Medical Rural Bonded Scholarship) 제도를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차원에서 공공보건의료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에게 공공보건의료의 현실과 문제점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공공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기존 의과대학에 일정 입학정원을 배정하여 선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양성하거나, 기존 의과대학 졸업 후 희망에 따라서 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치도록 장학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또 정년을 마친 교수나 진료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들을 교육해 특정 의료분야 또는 취약지 공공기관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의학교육기관 신설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복지부는 공공의료대학을 졸업하면 졸업생들이 당장 전문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졸업생들이 일하게 될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시설지원과 의료전달체계 등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공보건의료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습교육병원으로 이용될 지방 의료원을 비롯한 보건의료기관의 교육여건을 감안할 때 과연 제대로 된 교육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에 부실교육으로 인한 서남의대의 폐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공공의료대학 설립이 공공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저비용 고효율적인 정책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김영창 |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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